다다르다 서점일기 #3 독립출판물 입고
다다르다 서점일기 #3 독립출판물 입고
서점을 찾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서점 창업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 노후에 책을 읽으며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분들도 있지만, 회사에 취업을 하느니 서점을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당찬 의지를 가진 이들도 있다. 보편적으로 서점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책과 사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느껴져 반가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당신 아니 우리의 삶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반가운 마음을 앞서기도 한다.
작은 독립서점을 창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마땅한 장소를 찾아 임대차 계약을 마치고 세무서에 가서 '서적/도소매' 업종으로 사업자등록만 마치면 된다. (허가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기가 쉽다) 책을 진열할 수 있는 매대 혹은 서가를 구성하고 '서점'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SNS에 소식을 전하면 꽤 많은 작가들로부터 입고 요청 메일을 받는다. 마음 같아서는 다양한 삶을 표현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에라도 모든 책을 입고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거절하더라도 정중하게 메일을 써서 작가가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워낙 많은 메일을 받다 보니 대응을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독립출판의 시장 흐름상, 서점원이 작가가 보낸 독립출판물에 대한 안내 메일을 받고 입고를 수락했다면 작가는 10권 혹은 20권의 책을 서점에 보낸다. 별도로 한 권의 샘플을 준비하고, 배송비를 부담하는 것은 작가의 몫. 서점원은 도착한 출판물을 조심스럽게 꺼내 서가에 진열하고 서점에 방문하는 독자에게 책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스럽고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문제는 책이 판매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한다. 경험상 열 평 남짓한 서점에서 200여 팀의 출판물을 보유하게 된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책이 몇 권 팔렸는지, 어떤 독자가 책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보였는지 작가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는데 작가들에게 연락하기가 두려워진다. 지난달과 비교해 멈춘 판매량 때문일까. 통장에 계좌이체를 하려니, 작가들의 밥벌이가 걱정되기도 한다. (애초에 남 걱정을 잘하는 성격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입고에 대한 일기라서 이후의 내용을 생략한다)
서점원은 약 25-30%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작가들에게 도서 대금을 정산한다. 200여 팀 이상의 책을 다루다 보니, 한 달에 한 번씩 정산하려니 이틀 혹은 사흘을 꼬박 써도 정산을 마치지 못할 때가 생겼다. 그때부터 더 이상 정산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작가들의 책을 매입 (먼저 구매해서 정산을 마무리하는 작업)하기 시작했다. 독립출판물뿐만 아니라, 일반 출판물도 서점이 현금으로 책을 매입해 서가에 진열하는 방식이라서 서점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꽤 크다. 그럼에도 독립출판물을 매입하려는 이유는 '작가와 서점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간편한 삶의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세상에 만들어지는 독립출판물 모두를 매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작가의 글을 꼼꼼하게 읽거나 독자들의 성향을 살피게 된다. 몇몇 이유로 입고를 결정할 때에는 조금 더 용기 내서 작가에게 다가간다. ('자신 있게'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작가에게 연락할 수 있다) 덕분에 책을 고르는 능력이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서점을 찾는 이들도 완성도(?)가 높은 (독립출판물에서 완성도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책을 보다 쉽게 구매하기 시작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도시여행자에서 한 작가의 책이 천 여권 판매된 책이 있다. 기본적으로 그의 텍스트가 좋기 때문에 자신 있게 책을 소개할 수 있는 마음이 들지만, 책을 조금씩 입고했더라면 지금처럼 자신 있게 책을 권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근 손수 편지를 써서 입고 요청을 보내온 작가가 있다. 어떤 마음으로 책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보내준 책을 읽고, 작가분께 답장을 보냈다. 스무 권의 책을 부지런히 독자분들께 가닿을 수 있도록 책을 소개하겠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독서 인구와 비독서 인구가 엇갈리는 사회에서 출판물은 쏟아지고 있다. 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도 못한 채 책의 생산 속도에 밀려 서가를 채우는 데에 급급할 때가 있다. 답답함과 조바심 속에 읽을 만한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놓칠 때면, 이렇게 작가의 온전한 태도를 만나며 힘을 얻는다.
한 권의 책을 입고하면서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다. 독립출판 작가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과 책에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서점원의 역할도 좋지만, 독립출판을 통해 작가의 역할도 해보고 싶다. 공간을 탐닉하는 작은 여행기에 커피와 빵 냄새가 가득하다. 커피와 빵이라니, 세상의 온기를 찾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20190617 다다르다 X 도시여행자 라가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