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 #4 출근길
다다르다 서점일기 #4 출근길
아내는 내게 빛과 바람, 하늘을 알려줬다. 그 중 하나만 결핍해도 마음이 무겁거늘, 익숙해진 탓에 소중한 줄 모르고 지냈다. 낯선 여행지에 가야만 더 생각나던 존재들이 삶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덕분에 떠나지 않고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서점과 집의 출근길 거리는 노래 한 곡을 재생할 정도의 거리만큼 떨어져있다. 요즘은 혼자 출근하는 날이 많아 어떤 노래를 들을까 즐거운 고민중이다. 힘들 때면 이십 대 초반에 들었던 ‘MIKA’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푸근할 때면 ‘권나무’의 노래를 지겹도록 듣는데, 지겹지 않은 이유는 뭘까. (요즘 성심당에서 운영하는 우동집 ‘우동야’에서는 ‘권나무’의 <튀김우동> 노래를 반복해서 틀고 있다. 이런 사소한 이유로 또 우동을 한 그릇 비웠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SIGUR ROS’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권나무’의 노래를 듣겠다고 재생했는데 유난히 긴 노래가 흘렀다. <너를 찾아서>, 이 노래 대략 9분 가까이 재생되는 노래다. (생각보다 노래가 길어 시티페스타 무대에서도 관객들이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지만, 출근길에 노래를 다 듣지 못하고 서점에 도착할 것 같아 평소보다 더 느리게 걸었다.
걷다 보니 대흥동 성당에 걸친 구름이 사람과 차에 그늘을 만드는 풍경을 그려냈다. 잠시 멈추고 노래가 끝날 때까지 빛과 바람을 충분히 느꼈다.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쳤고, 노래만 남은 하늘에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20190708 다다르다 X 도시여행자 라가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