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팀의 구단주를 꿈꾸며, 서점과 축구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경기장에 모인 팬들이 90분이 지나도록 심판의 종료휘슬이 울리지 않기를 바랐다. 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추운 12월이 찾아오고 있다. 쥬빌로 이와타는 J리그 결승전에 여섯 번이나 오른 강팀이다. 줄곧 리그 순위표 위에서만 맴돌던 이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리그 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강등권을 벗어날 수 있는 15위와의 승점은 10점차다. 사간 도스와의 원정 경기에 약 300여명의 서포터들이 비행기를 타고 먼 길을 달려왔다. 자력으로 승부를 결정짓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남은 경기를 무조건 이기고 다른 팀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절박하면서 무기력한 상황이다.
경기 시작까지 세 시간을 앞두고 이와타 서포터들이 경기장을 따라 줄지어 서있다. 불가피하게 강등을 확정지을 수 있는 경기 때문인지라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팬들의 침울함과 긴장감이 경기장 주변을 맴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 바깥을 줄 서있다가, 선수들이 경기장에 다다랐을쯤 경기장에 입장해 골대 뒤를 데코레이션 한다. 평소에 걸던 배너와 깃발 등을 제외하고도 오늘 상황에 맞게 새로이 만든 배너들도 여럿 보인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이 간절한가보다. 우리는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경기 전후를 통해 더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 도스의 경기장 구조는 참 독특하게 지어져 있다. 선수들이 실내에서 몸을 풀 수 있도록 연습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곳을 골대 뒤 관중석에서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선수들이 연습장에 들어서자 팬들의 응원이 시작된다. 서로 얼굴을 맞닿지도 않은 상황에서 응원을 시작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다. 상대의 골망을 흔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점하지 않고 패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반 선취골을 내준 이와타는 끝내 동점골을 만들지 못하고 패배했다. 강팀의 첫 강등 소식에 기자들도 할 이야기가 많은가보다. 땀에 흠뻑 젖은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한 팬들 사이에서의 침묵 속에는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려온다. 선수들은 애써 무덤덤한 모습으로 팬들을 위로하고, 팬들은 선수들에게 기대어 눈물을 흘린다. 주요 선수들이 오래토록 자리에 남아 팬들을 위로해보지만 이미 슬픔으로 가득찬 오늘. 골대 뒤를 정리하던 장비관리사 분이 꺼이꺼이 눈물을 흘릴 때에는 쥬빌로 이와타만의 팀워크를 엿볼 수 있었다. 비록 팀은 강등이 되었지만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만큼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선수와 팬, 사무국을 비롯한 팀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할 때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오롯이 팀을 위해서만 역할을 해나가야함은 물론이다. 비록 화려하지 않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좋다.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 신뢰하며 관계를 맺을쯤 우리의 성적도 자연스레 좋아질 꺼라 확신한다.
2013 축구여행자 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