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 #15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후폭풍
1.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서점 근처에 확진자의 동선이 확인되었고, 당일 지하상가는 방역을 위해 강제 폐쇄되었다. 방역 이튿날에는 문을 열었지만, 평소 주말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었다. 심지어 서점 앞에 있는 성심당 주차장도 텅텅 비었는데, 난생처음 보는 일이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성심당을 들르지 않았다는 것.
2. 서점은 한가했지만, 나름 빠르게 한 주가 지나갔다. 생계의 막막함과 서로를 경계하는 두려움이 삶에 가속도를 붙였나 보다. 밀리지 않고 월세를 꼬박 냈고, 엄마의 예순한 번째 생일을 조촐하게 보냈다. SNS에서 부모님의 생일 선물을 준비한 다른 이의 사진을 보면, 괜히 현재 나의 삶을 비교하고 부족함을 들추느라 감정을 소모했다. 예정되었던 두 개의 강연이 취소되었고, 한 개의 짧은 서평을 남기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4년 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비합리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 억울하고 찝찝하지만, 그래도 큰 일을 치르며 정리 중이다.
3. 수요일과 목요일은 오전 7시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추천사 제안을 받았는데, 책이 어렵기도 했고 200자, 300자를 만드는 데에도 창작의 고통이 몰려왔다. 소리 내어 텍스트를 읽어보고, 연필로 밑줄도 그어가며 작가의 글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덕분에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을 미리 읽는 귀한 경험을 했다.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4. 수요일 저녁, 건물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서점 방문자가 얼마나 증감했는지 물어보더니, 다음 달 월세를 절반만 내도 좋다는 제안이었다. 할렐루야. 주먹밥 사러 나갔다가, 전화기를 붙들고 엉엉 울다시피 했다. 평소에 즐겨 쓰는 단어가 있다. '비브르 앙상블 (vivre ensemble)' 프랑스어로 '함께 살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윤진서 배우의 <비브르 사 비> 책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 살자고 마음먹으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건물주 분들께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야겠다.
5. "누구는 대담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고 될 수도 없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조짐, 움직임이다. 익명의 바통이다. 그리고 그 바통 위에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심보선, 문학동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