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점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라가찌 Mar 07. 2020

서점에만 있지 않아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17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1. 날씨가 춥다고 해서 식물을 들여놨건만, 왜 이렇게 포근한거야.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몸이 나른해진다. 창 밖에 캠핑 의자를 펼치고 온전히 책 한 권을 읽고 싶은 날이다. 


2. 오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 하천을 달렸다. 중촌동이나 만년동, 유천동 인근의 하천을 달릴 때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문창동 방향의 코스는 아직 덜 알려진 곳인 것 같다. 약간의 오르막길이라서 힘에 부치지만, 느릿하게 흘러가는 주변 풍경과 하천을 도사리는 여러 순대국밥집이 떠올라 금방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결국 한 그릇 뚝딱.  


3. <It’s Daejeon>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원도심 분위기와 월세를 절반 깎아준 건물주에 대한 미담을 전했다. 서점일기를 쓴 효과가 있는지 다들 반가운 마음을 전해온다. (지난 서점일기에서 표현한 것처럼, 3월 한 달 동안 임대료를 절반만 내라는 건물주에 제안을 받았다. 이 내용을 건물주가 보셔야 할텐데) ‘스페이스 클라우드’팀은 전국의 ‘착한 건물주’ 제보를 받아 커뮤니티 맵핑 작업을 하고 있다. 더 많은 건물주가 동참하도록 이야기가 곳곳에 전달되면 좋겠다.  


4. 한 청년이 서점을 두리번 거리다가 한 숨을 크게 내쉬고 나갔다. 공간에 대한 평가인지, 읽을 책을 찾지 못한건지. 그런 기나긴 여운을 남기고 가면 남겨진 나는 어떻게 하나. 다음 손님이 남긴 한 마디. “책은 예쁜데 돈지랄이야” 그래서 내가 서점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오늘도 책 한 권 샀는데. 


5.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는 단골 손님에게 책을 한 권 빌려줬는데, 책을 반납하면서 편지와 성심당 흑임자만주 2개를 선물 받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 이자가 쏠쏠하다. 그 분께 빌려준 책은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였다. 


6. 한 달에 한 번씩, 지루한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컨셉진> 매거진이 도착했다. 이번 호는 <당신은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인데, ‘대전 산책’ 편이 담겼다. “한반도 정중앙에 위치한 대전은 흘려보내는 게 익숙한 도시다. 그래서인지 대전은 채움보다 비움이 잘 어울린다. 단순하고 명쾌한 도시 곳곳에서 다가오는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 - 컨셉진 이슬기 에디터 


7.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특히 이 밤 아무도 없는 강가를. 멀어지는 오래된 골목들의 고독과. 멀어지는 버려진 가구들의 죽음. 멀어지는 술 취한 간판들의 피로와. 멀어지는 헛된 꿈. 손끝 스치는 그날의 불운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달리는 바람 그 소리를 들어 보네. 너와 나를 감싸던 매일의 불운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달리는 바람 그 소리를 들어보네.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권나무 뮤지션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로 책을 배달해드려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