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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Mar 07. 2020

독립서점에서는 어떤 책이 잘 팔려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18 베스트셀러 아니, 헌드레드북스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효리네 민박 2 , JTBC 캡쳐 화면 


1. 읽고 싶은 책이 명확할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고민이 되고 다음 책을 결정하지 못할 때가 있다. 보편적으로 매체를 통해 유행하는 책을 살피거나 최근 오디오북과 북튜브로 소개되는 책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이나 대형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참고해 책을 고르기도 한다. 독립서점에서는 주인의 취향을 통해 골라놓은 책을 살펴보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고, 서점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책을 추천받기를 권한다. (물론 모든 서점 주인이 친절할 수는 없다. 생각보다 서점에서는 업무가 많고, 모든 이들에게 일대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상황을 살펴 접근하기를 바라) 최근 K문고에서도 일본의 <츠타야 株式会社>서점을 벤치마킹해 책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게 선뜻 말을 걸지 못하겠는 무언가가 있다. 아무래도 책의 양이 너무 많아 건네는 질문이 괜한 부담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다.  


2. 나름 독립서점에 방문한 이들에게 흥미 요소를 주고 싶어 세 가지의 키워드를 이야기하면, 세 권의 책을 고르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점 전면에 이 방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몇몇 독자들과의 실험이기 때문이다. 정말 이 과정을 즐거워할까. 책을 고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걸까. 지난 겨울에는 울산에서 40여명의 단체 손님이 오셨고, 이 큐레이션 방식이 흥미로워 모두 책을 골라달라고 하셨다. 공간에 머무르는 동안 40권의 책을 고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일주일간 책을 골라 울산으로 보내드렸다. '노마드, 음식, 프리랜서', '브랜드, 여행, 서핑' 등의 다양한 키워드를 받았는데 누군가를 위해 책을 고르는 일은 무척 설레는 작업이다. 그들의 피드백이 궁금하지만 선뜻 말을 걸기가 두렵다. 


3. 작은 독립서점에서는 어떤 책이 잘 팔릴까. 공간을 옮긴 2019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7개월간 다다르다에서 사랑받았던 책을 소개한다. 대형 출판사의 프로모션을 기피하지 않았는데, 서점의 다양한 방문자들의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책의 판매 수량으로만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생소한 분야의 독립출판물이나 사진집은 단행본만큼 팔리지 않더라도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부득이하게 판매량 기준으로 늘여놓은 <2019 다다르다에서 사랑받은 책> 


『혼자가 혼자에게』이병률, 달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웨일북

『쓰기의 말들』은유, 유유

『태도의 말들』엄지혜, 유유

『아무튼, 술』김혼비, 제철소

『아무튼, 문구』김규림, 위고

『사랑의 몽타주』최유수, aforthe

『여행의 이유』김영하, 문학동네

『예술계 돌아가는 소리』이지현, 김조이, 줌줍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김하나, 황선우, 위즈덤하우스


4. '밀리언 셀러'가 아니라, '헌드레드 북스'를 목표로 한다. 한 독립서점에서 백 권의 책을 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점의 큐레이션을 믿고 책을 구매하는 단단한 독자층이 형성되어야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출판사가 초판의 양을 점점 줄여가는 시대에 조금이나마 탄력을 받아 중쇄를 찍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약 1,500 - 2,000부의 책을 초판으로 찍어낸다는 가정에서, 전국의 약 20개의 독립서점이 초판본 100권을 각각 판매한다면 출판사와 작가의 삶이 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그 사이에 독자와 서점이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서점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서점 다다르다는 한 종의 책을 100권씩 팔아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직 100권이 팔린 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올 책이 기대가 된다. 100권이 팔렸을 때는 곧장 작가님께 소식을 전할건데, 서점에서 사랑받은만큼 북토크를 제안할 계획이다. 공간에서 사랑받은 책 이야기를 통해 작가를 서점에 초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지도가 높지 않더라도, 각각의 서점에서 사랑받는 작가가 나오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즐겁고 재밌다. 


5. 지난 <2019 시티페스타 : 느슨한 연결>에서 연사로 섭외했던 은유 작가의 책은 다다르다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책 중 하나다. 청소년 자녀를 둔 은유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의 삶을 고민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중요한 이야기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과 배려를 꾸준히 글로 풀어낸다.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글 쓰는 삶' 의 영감이 되었던 수 많은 문장과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 작가님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은 여전히 공간에서 사랑받고 있다. 어쩌면 박보검 배우의 책으로 오해하는 독자들도 많다. <효리네 민박>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읽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박보검 배우의 책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 마치 은유 작가가 된 것마냥 "은유 작가님 책이에요"라고 소리내고 있다. 은유 작가와 박보검 배우를 섭외해 낭독회를 하면 재밌겠다. 


6. "나에게 일어난 일은 시차를 두고 누군가에게도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던가. 정말로 그렇다면 자기 아픔을 드러내는 일은 그 누군가에게 내 품을 미리 내어 주는 일이 된다. (중략) 오월의 햇살 같은 슬픔의 공동체를 상상한다." (p.87) 


"내게 글쓰기는 창작 행위보다 사는 행위에 가깝다. 역동적이고 상호 관계적이다. 난 밀실만큼 광장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내 얘기만큼 남 얘기가 궁금하다. 암호처럼 복잡한 세상을 명쾌한 언어로 가려내고 싶고, 아무도 듣지 않는 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받아 적으며 생의 비밀을 풀고 싶다. 그런 글 쓰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p.44)


"안 보던 책을 보는 일은 안 쓰던 글을 쓰게 할테니, 세상에 아무 책은 없다." (p.93) 


"지구본 위에 어디쯤 한 점으로 놓여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상상을 한다. 서로가 보내는 고독의 신호를 읽어 내는 우정의 공동체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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