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팬으로 살아가는 법

축구여행자의 일상 #001 대전은 죽지 않는다

by 라가찌
IMG_5110.JPG 2011 대전 원동, 원동시장
IMG_5113.JPG 2011 대전 원동, 원동시장
IMG_5114.JPG 2011 대전 원동, 원동시장

고등학생이 되던 날, 나는 홀로 원동시장을 찾았다. 2001년 FA-Cup 우승 이후 응원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기에 응원을 주도하던 서포터 형들을 쫓아 다니며 깃발을 만드는 방법을 물었다. 그랬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정확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낡은 건물들 사이사이로 현란한 오색 빛 천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예전의 모습들. 그래도 자주색이 제일 빛나 보이더라. 너무 어린 나이였는지 나에게는 관심 조차 보이지 않으셨던 주인 아저씨.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고맙게만 느껴진다. 다만, 아저씨는 날 여전히 못 알아보신다는 게 속상할 뿐. 처음에는 몰랐는데 천도 종류가 여럿이라 용도에 맞는 천을 구입해야 하더라. 페인트 칠을 할 것인지, 락카를 사용할 것인지 등등.

IMG_5121.JPG 2011 대전 오정동, 한남대학교
IMG_5124.jpeg 2011 대전 오정동, 한남대학교
IMG_5125.JPG 2011 대전 오정동, 한남대학교
IMG_5127.JPG 2011 대전 오정동, 한남대학교
IMG_3495.JPG 2011 대전 노은동, 대전월드컵경기장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살고있는 도시의 축구팀인 대전시티즌이 총체적 위기를 맞았을 때, 팬들이 소소하게 모여 손수 무언가를 만들기를 바랐다. 시계바늘이 네 바퀴는 돌아갔을때 겨우 작업을 끝낼 수 있었는데, 이 메세지가 선수들과 팬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모두가 희망을 이어가기를 원했다. 응원 현수막의 문구는 강렬했지만 내용은 우리 보통의 날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는 대전시티즌을 통해 대전을 바라보고, 대전을 통해 대전시티즌을 바라보곤 한다. 우리는 일상 또는 경기장에서 흥얼거리며 대전을 노래한다. '오늘을 위하여 일주일을 산다. 내 인생의 동반자, 대전시티즌' 이라고. '축구가 인생에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와 '축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금의 내 가치관에 조금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만큼 그들에게 대전, 대전시티즌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대전은 죽지 않는다'


한 때는 시즌내 21,000여명의 평균관중 수를 기록하며 축구특별시라 불리던 대전이었는데, 최근 홈경기에는 2,500여명의 관중들만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여러 원인이 상호작용을 할테지만 남아있는 팬들은 여전히 말하곤 한다. 대전은 죽지 않는다고. 기업 이름이 아닌 내가 살아가며 숨쉬는 도시의 이름을 달고 뛰는 팀이 세상에 얼마나 되는지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우린 다시 일어날테다. 축구특별시의 부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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