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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Apr 04. 2020

서점원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다다르다 서점일기 #22 연봉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1. 책과 화분을 훔쳐간 사람은 용서해야 할까. 얼마 전에 가게 앞에서 불법 주차를 하던 차들이 부순 화분 몇 개를 옮겨 심었다. (일 년 동안 무려 열일곱 개의 플라스틱 화분이 깨졌다). 하루에 두 번씩 물을 주며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육십 대 어머니께서 화분 앞을 서성이더니 몰래 화분을 가져갔다. 반려 식물과 함께 살아가며 삶의 균형을 맞추는 태도를 얻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가져간 식물의 빈자리와 허탈감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2. 서점과 카페의 오픈 소식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인지, 여전히 서점을 새로 오픈한 줄 모르는 분들의 안부 인사를 듣는다. 서점 다다르다는 도시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 서점 브랜드로, 지난 4월 5일부터 가오픈 중이다. (정식으로 오픈 소식을 전하지 못한 이유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 그럼에도 문을 여는 이유는 공간을 아끼는 분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살아가기 위함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라.) 


3.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보면서 서점원으로의 마음을 다잡는다. 새끼곰 편집자 쿠로사와의 순수함과 열정, 쿠로사와의 동기 신입사원 코이즈미는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이오키베의 안목과 와다 편집장의 통솔력(?), 서점원 카와 씨가 보여주는 책과 서점에 대한 애정.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를 놓칠 수 없다. 서점을 꿈꾸는 이라면 꼭 봐야 할 드라마, 그래픽 노블이다. 


4. 2020년 서점의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현실 가능한 책의 판매량을 단순한 숫자로 표현하지만, 사실 많은 애정이 담겨있다. 책을 만드는 이들의 마음과 노고, 아주 먼 여행을 떠나는 책들, 심심한 공간에 머물렀다가 다른 여정을 떠나는 텍스트, 책을 아끼는 마음과 공간의 분위기. 모든 것을 담아 전하는 빈도이기도 하다. 내게는 이 숫자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2020년에는 15,625권을 팔기로 다짐했다. 그러면 연봉 3천만 원을 버는 서점원이 될 수 있다.    


5.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따뜻하다. 가까이 갈수록 불빛은 점점 밝아지지만 따스함은 점점 사라진다. 거의 모든 불빛에 주인이 있다. 불빛을 보고 찾아온 이방인에게 그 불빛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가워진다. 갈 곳 없어 두리번거리던 이방인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초승달이 애잔하다" 

『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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