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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Apr 22. 2020

규모 경쟁이 가능한 팀은 살아남을테고,

다다르다 서점일기 #27 서점원의 일상 

1. 매년 4월 이 맘때면 주변에 큰 일이 없더라도 무기력한 일상으로 하루를 보낼 때가 많아요. 해마다 4월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많이 생각나서 속상하지만요. 슬픈 감정은 나누면 반이 될까요. 애써 위로하는 마음을 보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을 거예요. 


2. 지난 주말에는 많은 분들이 서점에 다녀가셨어요. 커피 음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책을 잔뜩 구매해주신 덕분에 4월 최고 매출을 기록한 날이었죠. 서점의 매출로 힘든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받기는 해요. 순간적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내리기도 하고, 앞으로의 날을 상상하는 데에 브레이크를 밟기도 하죠. 많은 분들께 사랑받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작은 마음으로 사는 걸까요. 


3. 지난 주에는 두 권의 예약 도서 이벤트가 있었어요. 김금희 작가님의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동네 서점 에디션과 김영하 작가님의 개정보증판 『오래 준비해온 대답』친필 사인본 이벤트였는데, 역시나 두 분의 인기를 실감했어요. 온라인과 대형서점과 차별화된 프로모션이 독립서점으로의 경험을 제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많은 동네책방과 독립서점에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에 우려하는 마음을 보내지만, 저는 한 명이라도 독립서점으로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해요. 


4. 최근 텀블벅에 '도서정가제 폐지'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하던데, 여러분도 보셨나요? SNS를 통해 가볍게 논의할 내용은 아니지만,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이슈는 반복되네요. 서점원의 입장에서는 정가제 폐지가 되는 순간 이런 작은 책방은 살아남지 못할 거라 예상해요. 정가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서점을 운영하지 않아 어떤 느낌인지 체감할 수는 없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자본주의 구조가 출판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까요. 규모 경쟁이 가능한 팀들은 살아남을테고, 그렇지 못한 팀들은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에서는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책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 생산과 파급을 위해 균형을 맞추는 일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도서정가제가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5. 많은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학력을 가지면서도, 획일화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은 사회에 살고 있어요. 마치 정해진 가이드 라인을 따라 삶의 미션을 수행하듯,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주목받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렇기에 더 다양한 삶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고요. 학교도, 취업도, 결혼도, 사랑도, 죽음도 모두 다양한 삶이 표현되기를 바라요. 온전한 소망을 담아 세상에 보내요. vivre ensemble.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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