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점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가찌 May 14. 2020

선생님, 저는 잘 살고 있어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29 선생님

@대화유치원 , 대전 대화동 


1. 어렸을 적부터 잔머리가 발달했나 봐요. 지난 어린이날, 유치원에서 밥 먹기 전 부르던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던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노래와 그 날 먹었던 라면 맛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2. 지난가을에는 20여 년 만에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찾아뵈었어요. 임용 첫 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생님 집에서 몰래 떡볶이도 먹고, 자장구를 타고 아주 먼 여행을 떠나기도 했거든요. 이때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3. 사회과부도를 펼치고 지명을 맞추는 게임에 자신이 있어요. 중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과 함께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고등학교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삼지리 (한국, 세계, 경제지리)에 집중했어요. 지리 선생님이 익숙하고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4. 대학에 가면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날 거라는 기대를 했건만, 아쉽지만 많은 분들이 기억나지 않아요. <영화 개론> 수업을 듣는 첫 시간에 우물을 깊게 팔 것인가, 넓게 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그분은 최근 많은 분들께 따뜻한 감정을 전하고 싶어 산문집을 내셨어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험과 태도를 가르쳐 주셨어요.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손가락 네 개의 장면이 인상 깊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노력과 태도로 사회를 이롭게, 더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봐요.


5. 찾아뵙고 싶은 선생님이 많은데, 갑작스러운 제자의 연락이 괜히 다단계나 물건을 팔아달라는 연락으로 비칠까 봐 연락을 드리지 못하겠어요. 그리워하는 감정은 전달이 되면 좋겠는데. (아참, 저한테 커서 뭐가 될 거냐고 하셨던 선생님들께도 꼭 찾아뵙고 밥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엉뚱하게도 서점원으로 살고 있다고 안부 전해드리고 싶은데)


6. 이승희 작가님의 신간 <기록의 쓸모>에 다다르다의 영수증 서점일기가 등장해요. 마케터는 일상에서 어떤 영감을 주고받는지, 기록의 습관은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살펴보세요. (괜히 뿌듯)


7. 이석원 작가님의 <보통의 존재>가 10주년이래요. 세상에. 언니네 이발관은 볼 수 없지만, 석원님의 글을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설레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8. 라가찌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배가 볼록 나와서, 식단 조절 중입니다. 야채와 풀떼기를 가져다주시면 무척 좋아할 겁니다.


9. "로망이란 어쩌면 단지 꿈꾸는 단계에서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바라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되었을 때, 상상하던 만큼의 감흥을 얻었던 적은 별로 없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서점에서 공연을 해보겠다던 꿈도 몇 번씩이나 이뤄봤지만 다른 공연들과 별반 감흥이 달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중요한 건 이루어낸 로망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로망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꿈을 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달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서점 다다르다, 대전 은행동 


매거진의 이전글 미드나잇까지 서점 문을 열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