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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Jun 14. 2020

서점에서 이렇게 지내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32 서점원의 소박한 일상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1. 안녕달 작가님의 <당근 유치원> 덕분인지, 어린 친구들을 여럿 만났어요. 좋은 삼촌이 되고 싶다고,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서도 공간이 남아 있다면 단골 서점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느낌입니다만) 


2. 서점 다다르다의 영수증 서점일기가 이승희 작가님의 <기록의 쓸모> 책에 소개된 소식을 전했었죠? 배민 마케터로 일했던 작가님은 기록을 통해 일상에서 어떤 영감을 얻는지 꼭 읽어보세요. (곧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이전에 다다르다에서 구매하셨던 분들께는 선물을 꼭 챙겨드릴게요) 


3. 6월 20일 (토) 저녁 7시, 혹시몰라의 소부담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다다르다에서요. 아무래도 코로나 19 이후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것 같아요. 예매 후, 현장에서 현금 결제만 가능하고요. 어떤 노래를 부를지 모르겠지만, 최근 발매된 <신탄진>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더 기대되네요.) 


4. 어느덧 한 주의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어느 때보다 일이 많았고, 바쁜 한 주를 보내며 심야서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 만날 분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5. 지난 월요일에는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조금은 다른 의미의 생일을 보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하루를 보냈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의 케이크와 선물, 메시지를 받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을 오래 간직할 것 같아요. 


6. "사람이 일 년 중에 딱 하루, 시간으로 치면 딱 스물네 시간, 자신에게는 특별한 하루를 소유하게 된다. 부유한 자도 가난한 자도, 유명한 사람도 무명의 사람도, 키다리도 땅딸보도, 어린이도 어른도, 선인도 악인도, 모두에게 그 '특별한 날'이 일 년에 딱 한 번씩 주어진다. 매우 공평하다"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역 


7. <국회도서관 웹진 6월호>, <한밭도서관> 매거진에 소개된 소식을 전했었죠. 이번 한 주 동안 한 개의 영상 인터뷰를 비롯해 <marie claire 마리끌레르 7월호>, <ELLE 엘르 7월호>의 취재가 있었어요. 그 사이에 짧은 원고를 보냈는데 매번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에 슬프네요. 다음 달에는 서점 다다르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겠어요. 


8. 광주에서의 강연은 잘 마치고 왔어요. 정기 휴일에 문을 열고, 수요일에 대체 휴무를 가졌는데 닫힌 문을 보신 분들이 아무도 없었기를 바랐어요. 대전에 올라오는 길에 비가 잔뜩 왔는데, 서대전역 처마에 우수수 떨어지는 비가 예뻐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하고 셔터를 눌러대는 아멜리에와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역무원 두 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셨는데, 사진이 나오면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9. 사진을 이야기하니 떠올랐는데, 지난주 토요일 첫 손님이었던 커플 분들이 너무 예뻐 보여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드리려고 말을 걸던 찰나에, 여자분이 남자분께 세 권의 책을 구매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마징가 제트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책은 인터넷에서 사는 거"라고 답변을 하더라고요. 아직도 그 목소리의 메아리가 이 공간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다 다르다.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서점을 열었으니 꾹 참고, 카메라를 넣어두었어요. 히히.


10. "멱살이 잡힌 채 헉헉대며 끌려가고 있다. 꼭 이런 식으로 가야만 하냐고 항의하고 싶지만, 누구를 향해 외쳐야 할지 알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된다. 기능을 상실한 두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린다. 내가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려던 찰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깨닫는다. 이대로 목덜미를 내준 채 영영 끌려다니다 버려지거나, 살아남기 위해 남의 목을 잡아 비트는 사람이 되거나. 고통받는 것에 익숙할수록 돌려주는 일에도 능숙하다." (p.134) 

<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8 : Out 퇴근 퇴사 퇴짜> 황유미, 다시 쓰는 사직서 중에서 -


@서대전역 , 대전 오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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