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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Jun 21. 2020

심야 서점에 일어난 두부 사태

다다르다 서점일기 #33 두부 사태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맛있는 음식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청년이 있다. 얼마 전,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팝업 레스토랑을 열고 있는 '셀 조리 사무소'는 자양동의 한 공간에서 6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두부사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목요일 점심과 금요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샌드위치를 포장하려 했는데, 운영 시간이 서점 운영시간과 딱 들어 맞았다. 달이 완전히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진 개기월식처럼 서로의 어둠을 인식하는 것처럼. (도대체 어떤 두부인지, 어떤 사태가 일어났는지 궁금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의 딜리버리로 두부 사태가 이 곳까지 다다랐다.) 


사태에 대해 찾아봤다. (사태 : 소의 오금에 붙은 살덩이. 흔히 곰거리로 쓴다) 얼핏 보기에는 족발의 야들야들한 부위가 떠오르는 비주얼이다. 벌써 고기 두 덩어리가 접시를 뛰쳐 나오려 한다. 가만, 비건을 위한 음식인 줄 알았는데 고기가 들어있다. (베지테리언 단골 손님께 프로젝트를 추천했는데... 가지 않으셨기를)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곁들이면 완벽할 것 같아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사십 초를 참지 못하고 두 입을 베어 물었다. '사태'라는 단어의 뜻처럼 알맞게 간이 되어 있는 고기가 쏟아져 나온다. 익숙한 빵의 식감 사이로 새로운 것들이 가득하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음식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다. 도시여행자의 대흥동 시절에 서점 앞에서 <4분 30초>라는 라면 소모임을 운영했다. (몇 번 끓여 먹지도 못했지만) 소모임에 참여한 이들과 라면이 익는 동안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제한된 시간 동안 정리된 삶을 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궁금한 사람들로 가득했고, 이들 중에서 취향이 비슷하거나 서로에 대해 이해를 구하려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었다. 오징어 짬뽕에 아메리칸 치즈를 한 장 넣어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었던 날이었다. 소- 셜 다이닝. (앗, 갑자기 소- 설 다이닝을 해보고 싶어졌다. 말 장난을 정말 좋아한다) 


음식의 재료가 이 세상에 나고 자라는 것부터 식탁에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 음식 사이로 사람을 찾는 이들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로 가득한 밤이 되기를. 또 다른 누군가가 이 도시의 낭만을 만든다. 오늘도 로맨틱 대전. 


@서점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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