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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잃어버린 자전거

자전거가 주인을 찾습니다.

by 정아

"자전거 좀 치워주세요. 자전거 때문에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갈 수가 없어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전거가 있어서 차가 진입할 수없으니 자전거를 치워달라는 말을 했다. 밖에 나가 보니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에 자전거 바퀴에 열쇠를 채운 채 세워져 있었다. 차가 들어갈 수 있게 자전거를 옮겨 놓고 운전자에게 주차장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다음날 출근길에 어제 한쪽으로 치워두었던 자전거가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혹시 깜빡하고 잊어버렸다가 오늘은 찾으러 오시겠지라고 생각했다. 점심식사 후 산책길에 보니 자전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오전에도 오시지 않은 듯했다. 우리는 오후에 가지러 오시겠지라고 서로 그럴 거라고 호응하며 걸음을 걸어 산책을 시작했다.


저녁 퇴근길에 마주친 자전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인을 기다리는 냥 서 있었다. 내일도 찾아가지 않으면 어쩔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퇴근길에 모든 생각은 지워져 자전거는 까맣게 잊혔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다시 마주한 자전거 한 대. 어쩜 오지 않을 주인을 밤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자전거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인을 잃어버린 자전거


아마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가 볼 일을 보신 후에 그냥 가신 것 같다는 게 우리들의 생각이다. 치매로 기억력이 저하되어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것을 깜빡하셨을 어르신은 자전거로 오셔야 하는 길을 걸어 걸어가셨을 게다.


월요일 출근길에 자전거가 주인을 찾아 떠나 있기를 바란다.



#자전거 #치매 #치매노인 #치매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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