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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밥상

점심특선 집밥

by 정아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딸아이 밥을 챙겨주고 사과를 깎았다. 치아교정 중이라 앞니를 흔들어 놓아서인지 음식을 잘라먹는 걸 어려워했다. 그래서 아이처럼 사과를 조그맣게 잘라주었다.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그만 늦어졌다. 점심에 먹을 도시락은 오늘은 생략했다. 꾸물거리다 도시락 챙길 시간을 허비한 덕이다.


월요일은 유난히 분주했다. 주말을 넘긴 사람들이 월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한 것도 한몫을 했다. 특히나 어르신들은 더 부지런하셨다. 9시 약속에 8시 30분에 문도 열려있지 않은 난방도 틀어져 있을 리 없는 복도 의자에 벌써 앉아계셨다.


어떨 때는 1시 약속인데 잊어버릴까 봐 그래서 늦을까 봐 11시에 오셔서 1시까지 기다리겠다고도 하셔서 난감할 때도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지내고 난 월요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 월요일이니까 일주일의 첫날 부지런히 할 일을 하고 한 주를 시작하려는 성향이 어르신들에게는 강하게 작용하는 듯했다.


바쁜 하루 중의 오전 일과를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점심이야?"

"그러게요. 시간이 빨리 갔어요."


서로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순간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자동차 열쇠를 챙기면서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점심 먹을 궁리를 해놓지 못했다. 무작정 사무실에서 나왔다. 차에 시동을 걸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도시락을 안 싸왔는데 식사했냐고 묻는 말에 집으로 와서 밥을 먹으라는 대답만 했다.


남편은 당분간 쉬는 중이라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힘든 일을 마친 포상휴가라고나 할까. 서둘러 집에 도착해서 식탁에 앉았다. 밥도 새로 지어 뜨끈뜨끈하고 계란찜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남편에게 점심식사는 했는지 물으며 밥을 담고 수저를 챙겼다. "나는 벌써 먹었지."라며 배고프니 얼른 먹고 가라고 했다.


남편의 특별식 집밥이었다. 집으로 밥 먹으러 간다는 말에 밥도 새로 하고 계란찜도 만들었다. '남편의 점심특선 집밥' 덕분에 포식을 했다. 국이 없어도 잘 먹는 나는 뜨끈한 밥에 지난번 남편이 주문한 구운 곱창김과 양념간장, 지인이 보내준 갓김치에 계란찜, 거기에다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밥 한 공기면 충분했다.

그날의 점심은 최고의 밥상이었다.

점심시간을 다 바쳐서 다녀올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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