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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음

벌룬 나잇

by 정아

"엄마! 어딨어요?"


'징' 소리와 함께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물건을 구입해 달라며 구매 사이트를 보내왔다.


말인즉슨 시간이 많아서 무언가 해야겠는데 그 무언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보내온 것이다. 이름하여 펀치 니들 자수 5번째에 젤 앞에 있는 물품이라고 콕 집어서 말했다.


다음날 구매한 물품이 택배로 도착했다는 알림이 왔다. 어찌 알았는지 시간을 기가 막히게 맞춰서 딸아이는 택배가 도착했는지 물어보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물품을 확인하고 제방으로 가지고 들어간 뒤였다. 어차피 어떻게 생긴 건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은 궁금은 하기도 했고,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택배 상자는 뜯어서 버려졌고 안에 들어있던 자수 패키지는 봉지에 쌓여있는 채로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휴대폰을 보던 얼굴에서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며 무슨 볼일이 있냐는 무언의 질문을 던졌다.


"자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라는 내 말에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책상 위를 가리키고는 제 볼일을 보면 그뿐이다.


"내일 가져가서 하려고요"


'그러냐'라는 대답을 남긴 채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우리 셋은 삼단분리 상태로 각기 제 볼일을 보았다.


다음날 유난히 정신없이 바빴다. 한차례 밀려왔던 일이 끝나고 자리에서 여유를 챙기면서 휴대폰을 열어보니 톡이 와 있었다.


"엄마. 바늘 시켰어요? 바늘이 안 들어 있어요"

"당연히 시켰지. 문의해볼게"


당당하게 대답하고 스마트한 사람처럼 구매 목록을 확인한 후 딸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보내 놓고 해당 사이트 고객센터에 일대일 문의를 남겼다.


"바늘을 안 보내셨어요. 확인하시고 바늘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바늘 구입 안 하셨어요. 주문에서 빠졌네요. 문의 취소하세요. 빨리요."


분명히 자수와 추가 상품으로 바늘을 주문함에 넣었는데 중간에 취소됐다. 이런 낭패가 있나. 바늘과 자수 한 개를 더 주문했고 바로 다음날 도착했다.


이틀 만에 펀치 니들 자수를 완성하고 내 앞에 가져다주었다.

자수 액자 선물을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생각인 "선물"이라 생각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선물받은 펀치니들자수 벌룬나잇


나중에 딸아이는 선물이라고 고백했다. 두 번째 선물 "슈슈 바니"를 은근히 기대 중이다.

조용하던 네가 많이 수다스러워진 것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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