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처음으로 대상자를 만나 상담을 시작할 때는 지금처럼 코로나 19가 확산되지 않았을 때였다. 방문 일정을 잡기 위해 어르신에게 전화를 하면 대부분은 아침을 드신 후에는 주로 경로당에 계신다고 했다.
어느 경로당인지 정확한 위치와 명칭을 확인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찾아간 경로당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편하게 쉬고 계셨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동네마다 경로당이 있어서 겨울엔 아침 일찍 차려 드신 후 경로당에 가서 따뜻한 곳에서 쉬다가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저녁식사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어느 곳은 하루 두 끼를 주는 곳도 있어서 저녁까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저녁까지 주는 데는 별로 없어, 여기 경로당이 좋은 데여”라고 한 어르신은 눈을 찡긋하며 자랑하셨다.
경로당에 모여앉아 발을 모으고 운동을 하는 모습
새롭게 만나기로 한 김순이(가명) 어르신은 집에 있으니 오라고 했다. 외출에서 돌아온 어르신은 약속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었다. 상담을 하면서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여부를 묻기 위해 ‘친구들은 자주 연락하는지, 이웃과는 서로 왕래를 잘하고 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용하는 ‘경로당이 어디냐’는 질문에 어르신은 대답하셨다.
“거기 가면 나는 애기여, 나는 경로당 안가”
“거기 가면 나는 제일 어리당께”
이미 어르신의 연세를 알고 있었지만 깜짝 놀라 되물었다.
“올해 75 됐지”
“나는 완전 어리지, 거기 가면 한참 막내지 막내여”
“요즘은 나이들이 많아서 70대는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해”
어르신 말인즉슨 이렇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연령대는 80대가 대부분이고 70대는 거의 없어서 막내에 속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이용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 문을 닫아서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최근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병원 물리치료를 다니고 있던 어르신은 몸이 아프니까 경로당에서 움직이는 것이 부담이 되고 밤에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서 경로당을 안 가게 됐다고 했다.
겨울에는 따뜻함을 주고, 여름에는 쉴 수 있는 시원함을 줬던 공간이 코로나 19로 인해 문을 닫아 혹한기, 혹서기에 갈 곳이 없어져서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경로당이 폐쇄되었고 어르신들은 몇 개월 째 갈 곳이 없어졌다. 아침을 먹은 후에 경로당에 가서 하루 한두 끼를 해결할 수 있었고 혼자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 활동공간이었다.
경로당에 모여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지금은 문을 닫아서 웃고 즐기는 일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경로당이 문을 닫은 이후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답답한 데다가 몸도 성치 않아 혼자서 식사를 차려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고 했다. 모두의 바람은 코로나 19 상황이 종료되고 경로당이 하루빨리 문을 열어서 예전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순(가명) 어르신은 경로당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건강을 챙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웃을 일이 많아서 하루하루가 즐겁게 보내셨다. 요즘은 경로당이 문을 닫아서 좋아하는 요가도 못하고, 노래교실도 갈 수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며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로당 인근에 살고 있는 몇몇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서 동영상을 보며 노래에 맞춰 건강운동을 하며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좋아하는 취미활동과 여가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경로당에서 참여하며 이웃들과 함께 하며 친구가 되었다. 이웃 친구들과 종종 외출을 하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외로움과 우울함을 떨쳐낼 수 있는 시간들이 매우 소중했다.
최근 서울지역에서는 코로나 19 1차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을 재개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