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별하 Nov 21. 2023

자취생에겐 주말이 더 피곤해

주말엔 집안일하기

주말이면 집안일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모아놓은 쓰레기와 분리수거를 해야 하고 빨래바구니에 소복이 담겨있는 빨래도 흰색옷과 색깔옷, 수건, 속옷 등을 구분해서 세탁기를 돌려야 했다. 세탁기를 돌리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란 걸 혼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집안 청소에 화장실 청소 등등 집안일은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의 수렁 속인 것 같다고 표현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해야 하는 일은 일주일 간 먹을 밥을 냄비에 해서 작은 통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야 했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야 하지만 몸은 천근만근 침대 이불속에서 헤어나질 못한 채 오전이 흘러갔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키고 빨래바구니에서 빨래를 꺼내 세탁기에 구분해서 넣고 세제를 넣은 다음 돌렸다. 세탁하는 방법은 전에 배워서 지금은 그래도 잘할 수 있는 편이었다.


다음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택배박스부터 배달음식통을 주섬주섬 챙겨서 1층 분리수거장에 다녀왔다. 음식물 쓰레기 모아놓은 것도 나가는 길에 처리해야 하니 그것도 잊지 않고 챙겨야 두 번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혼자 사는 데도 쓰레기 양은 어찌 그리 많은지 택배사자에 배달음식 통, 비닐봉지, 종이봉투, 대형마트 쇼핑봉투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나면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리고 환기를 시킨 다음 첫 번째 세탁기가 다 돌아가면 빨래를 널고 두 번째 세탁기를 돌렸다. 잠깐 휴식을 취하며 동영상을 보면서 빨래가 다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빨래가 끝나면 세 번째로 세탁기를 돌려놓고 빨래를 널었다. 아직 집안일을 마친 것은 아니어서 다음 차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추 집안 정돈이 끝나면 이젠 냄비에 쌀을 씻어 안치고 밥을 지어야 했다. 밥을 전기레인지에 올려놓고 반찬을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를 확인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재료로 오늘 뭘 먹을지 결정해야 했다. 집안일을 하고 나면 온몸이 늘어지고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도 밥을 먹으려면 반찬을 해야만 했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며 냉장고를 열었는데 바로 앞에 감자가 보였다. 카레라이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양파와 집에서 가져와 냉동실에 넣어둔 돼지고기를 꺼냈다. 카레는 전에도 종종 했던 음식이라 물어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반찬이었다. 감자를 깎아 깍둑썰기를 하고 양파를 다듬어 썰어놓고 돼지고기를 해동했다. 냄비에 넣고 돼지고기부터 살짝 볶은 다음 적당량의 물을 넣고 끓이다가 고형카레를 넣고 끓이면 카레라이스 완성.


그릇에 예쁘게 밥과 카레를 담고 물과 집에서 가져온 장조림을 꺼내 쟁반에 담아 TV 앞에 자리를 잡았다. 보고 싶은 채널을 선택하고 저녁을 먹었다. 지금 시간은 벌써 저녁 8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기까지 정말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일을 얼마나 했던지. 더 이상 남은 체력은 없었다. 집안일만 아니면 독립했다는 느낌은 그다지 없을 듯하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집안일을 보면 혼자 독립한 것을 확실하게 실감했다.


아직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저녁 먹은 그릇을 설거지해 놓은 다음 일주일간 먹을 식재료와 간식거리를 주문해야 했다. 온라인몰에서 주문완료하면 이제 정말 오롯이 일요일을 쉴 수 있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자취생의 일요일 하루 일과는 마무리되었다.


"휴, 이제 끝!"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 동안 또 잘 지내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휴식을 취했다.

자취생은 주말이 더 힘들고 피곤해!



저녁 카레라이스


#자취음식 #독립 #카레라이스 #자취생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으로 지은 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