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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Nov 13. 2023

처음으로 지은 밥

삼층밥이 아닌 이층밥이라서 다행

처음으로 지어본 밥이 다행인지 삼층밥이 아닌 이층밥으로 완성했다. 요즘은 집에서 밥을 하는 대신 시중에 나와 있는 밥을 사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직접 밥을 해서 먹겠다는 의지는 아마도 아빠의 '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닮은 것일까. 혼자서 독립한 지 하루 만에 밥을 하겠다며 연락이 왔다.

    

“누룽지 만들려면 어떻게 해?”

“누룽지는 왜? 사준 거 있을 텐데.”

“밥을 했는데 누룽지 눌려서 먹고 싶어서 만들어보려고.”     


누룽지 만드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난 얼마쯤 지났을까, 누룽지를 만들어 보낸 인증사진이 도착했다. 누룽지 만들기에 성공했다며 바삭한 누룽지 사진에 금방 끓여서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생생한 사신도 같이 보내왔다. 생애 첫 누룽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저녁은 누룽지로 대신하겠다며 좋아했다, 냄비에 밥을 하는 것도 신통방통한데 냄비에 누룽지를 만들어 끓여 먹겠다니 듣던 중 신기한 말이었다.  

   

인생 처음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된 딸에게 전기압력밥솥을 사준다 해도 필요 없다고 사양했다. 밥을 해서 먹을 거라며 큰소리를 치더니 자신이 없어서인지 싶었다. 전기압력밥솥 말고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냄비를 사달라고 했다. 한 번도 밥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 전기압력밥솥을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빗나갔다. 


즉석밥 대신 주말이 되면 냄비에 밥을 해서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놓고 한 개씩 꺼내먹었다. 직접 만든 즉석밥이라고나 할까. 냄비 바닥에 누룽지까지 눌려 야무지게 끓여 먹는 인증까지 보내주었다. 살림을 해온 나조차 매일 밥을 하는 것이 숙제처럼 다가왔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가 되면 오늘은 어떤 반찬에 무슨 재료로 국을 끓여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 말이다.


농담처럼 사무실에서 직원들은 오후에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하는 말이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매일 누군가는 저녁 메뉴 걱정을 하고 있었고, 다른 어떤 한 사람은 메뉴를 추천해 주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녁메뉴 추천 시간.


"오늘 저메추는 누가 해줄 거예요?"

"음.. 오늘은 닭볶음탕 하려고 어제 감자랑 닭고기 사다 놨거든. 닭볶음탕 어때?"


가장 노련한 주부 9단 냄새 풀풀 나는 한 사람이 말했다. 옆에서 제일 어린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야 맛있냐며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한쪽에서는 오늘의 요리시간이 진행되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거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누룽지를 만들고 난 다음 날 또 다른 요리법을 묻는 내용의 ㅇ톡을 보내왔다. 오이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오이가 많아서 다 먹을 수 없으니 오이무침을 해서 먹겠다며 오이무침을 어떻게 묻혀야 하냐고 물어왔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ㅇ튜브 등에 올라온 글을 찾아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겠지만, 요리를 잘 못하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니 고맙기도 했다. 조금 있느니 오이무침을 해서 접시에 곱게 담은 인증사진을 보내줬다. 

잘 살고 있어서, 잘 먹고 있어서 다행이다. 


#독립 #자취 #혼자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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