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너마저도 나보다 선순위야?

자동차에게 밀린 4순위

by 정아

근무지가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부득이 차를 따로따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근무지 이동시간은 항상 한 시간 정도 가야 했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으로 급하게 내려갔다가 헤매는 경우가 있다. 주차장에 내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삑삑이(자동차 키)를 눌렀다. 어디선가 ‘삑삑’ 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면 어제 퇴근할 때 주차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주차가 되어 있다. 남편이 또 옮겨놓은 것이다.


차가 가끔 다른 곳에 주차가 되어있을 때는 세 가지 경우다. 남편이 자기 차 옆으로 차를 옮겨놨거나, 자기 차가 들어갈 공간이 좁아서 마땅치 않아 자리바꿈을 하는 경우, 자기차를 놔두고 내 차를 타고 나갔다 오는 경우다.


심지어 어떤 때는 층수가 다를 때도 있었다. 위에 있는데 아래층에서 헤매는 경우는 정말 화가 나서 남편에게 짜증 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차 어딨어요?”

“지하 1층에 있네”

“미리 말해줬어야죠”

“깜빡했네, 나 회의 중”


그게 끝이다.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한 계단 올라가 다시 삑삑이를 누르고 차를 찾아서 출근을 했다. 이런 날은 차를 찾느라 시간을 소비해서 출근전쟁에 동참하게 된다. 붐비는 도로를 달려 출근을 해서 차를 찾느라 헤맸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남편이 자상해서 차를 옮겨주는 줄로 생각했다. 몇 년 전 전주 군산 간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전하고 군산으로 오는 길이었다. 전주를 벗어나 김제를 지날 때였다.


덤프트럭 한 대가 앞에 달려가고 있었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뒤를 운전해가고 있었다. 덤프트럭 뒤에는 물건이 가득 실려 있었고 파란색 덮개로 덮어져 있었다. 오른쪽 뒷부분의 덮개가 바람에 심하게 펄럭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사이로 검은색 물체가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어, 저러다 물건이 떨어질 것 같아서 불안한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검은색 작은 물체가 빙글빙글 돌며 허공을 날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외치고 있었다.

“어! 어!”


그 순간 몇 초 동안에 머릿속에서는 수 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게 내 앞 유리를 때리면 나는 핸들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야지?'

'나한테 오면 나는 어디로 피하지?, 나 오늘 사주에 죽는 날인가?'

'올해 운수가 어땠더라?, 보험은 뭐가 있지?'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논으로 떨어질 텐데 괜찮을까?, 왼쪽으로 돌리면 뒤에 차가 오는데 그대로 받겠지?'

'논으로 떨어지는 게 덜 아플까?'

'어떡하지?, 앞 유리 깨지면 얼굴이랑 살에 유리가 다 박힐 텐데, 많이 아플 텐데..'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검은색 미지의 물체는 정말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UFO'가 날아오는 속도로 아주 빠르게 오고 있었다.


“어! 제발 앞 유리만은 제발!”

“어떻게 나 오늘 죽나 봐, 우리 애는 어쩌지”

“안 돼!”


죽음을 맞이하는 비장한 마음으로 ‘제발’을 외치고 있었다. 정말 부메랑처럼 생긴 물체가 빙글빙글 돌면서 점점 나에게로 다가왔다.


‘퍽! 툭! 탁탁탁! 휘리릭!’


둔탁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몇 차례 내더니 나에게 왔던 것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휘리릭’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정신 차려!’라고 속으로 외쳤다.


‘휴, 살았다. 이게 뭐지?’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순간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앞 유리는 괜찮아서 핸들을 피하지 않아도 목숨은 살아남았다. 정신을 차리고 앞 차 넘버를 외우고, 앞차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운전기사는 비상 깜빡이를 켜고 쌍 라이트를 깜빡이는 것을 보고 차를 갓길로 세웠다. 차에서 내린 운전기사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보험처리를 하기로 한 후 연락처를 주고받고 집에 왔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남편의 말에 나는 눈물이 울컥 날 뻔했다.

“차는 어때? 왜 덤프트럭 뒤를 따라갔어? 피해서 멀리 떨어졌어야지, 차는 괜찮아?”


그때는 당황하고 놀란 마음에 아무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집에 와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보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는 어떠냐고 왜 안 물어보고 차가 어떤지만 물어봐요?, 나는 안 다쳤는지 괜찮은지 안 궁금해요?"

"당신은 차가 먼저고 나는 그 다음이네요?, 아니네, 그 다음도 아니네, 딸이 우선이니까 나는 세 번째네, 아니네, 어머니도 있으니까네 번째네 네 번째!”


남편은 속사포처럼 다짜고짜 쏘아붙이는 내 말에 한 참을 아무 말도 안 하고 듣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한마디만 했다.


"손님 와서 옆에 사람들 있네"


나는 갑자기 민망하고 창피해서 얼른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딸바보라 딸에게도 밀리고, 지독한 효자라 시어머니에게도 밀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차한테도 밀렸다. 자동차가 나보다 선순위였다니 너무 기가 찼다. 퇴근 후 남편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저녁만 챙겨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남편이 차를 처분해야겠다고 말을 했다. 이미 다 알아봐서 사갈 사람도 얘기가 거의 끝났다며, 그 차가 잔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더 큰 사고 나기 전에 처분하고 다른 차를 사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보다 선순위였던 차는 우리와 얼마 못 있고 다른 주인을 만나서 떠나갔다.


참 무뚝뚝하면서 세심한 성격인 남편은 그 성격이 서운하게 했다가도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가끔 무심한 듯 내가 한 말을 기억했다가 챙겨주는 일이 있다. 지금도 가끔 차를 끔찍이 대하는 남편 모습을 볼 때마다 그때 얘기를 하면서 놀리곤 한다. 요즘도 나는 차를 찾아 헤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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