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닦아서 타면 안 돼요?
자동차 사고는 모두의 책임
아파트 지하주차장 물청소를 한다는 방송이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모두 지상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아침 8시에 차를 옮기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지만 차는 이미 밖으로 옮겨놓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놓고 간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남편으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받지를 않았다. 몇 번을 걸었으나 계속 통화 중 신호음만 들려왔다. ‘바쁜가?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지’라는 생각에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 사고 났네”
“어쩐 일로요? 어디서요? “
아침 일찍 7시가 되지 전에 남편은 출근은 했다.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시간이면 남편이 고속도로 위에 있거나 사무실에 거의 도착할 시간이었기에 큰 사고가 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됐다. 점심이 지나서야 전화가 왔다. 남편이었다.
“시청 앞에서 좌회전하려다가 직진하는 차가 받았네”
“직진하는 차가 좌회전하는 당신 차를 왜 받아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잘하게 사고를 낸 건 항상 나였다. 남편은 한 번도 사고를 내지도 당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남편이 사고가 났다는 말이 믿기지 않아서 다시 되물었다.
남편은 아직 렌터카가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차가 오면 바로 출근할 거라고 했다. 사고 내용이 궁금했지만 일하는 사람에게 전화로 꼬치꼬치 물을 수가 없어서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사고의 내용은 이랬다. 남편은 직진이 가능한 2차선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좌회전을 하는 중이었다. 일 차선 좌회전 차선에서 상대 차량이 좌회전을 하려다가 갑자기 직진했다. 그러다 옆에 좌회전하던 남편 차를 받았다고 했다.
출근시간이라 차량이 많이 붐볐고, 차를 빨리 한쪽으로 빼서 이동을 해줘야 차량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상태였다. 사고신고를 하고 보험회사를 불러야 하지만 상대 차량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서 남편 차의 사고 부위를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닦아서 타면 안 돼요? 닦으면 표시도 안 나고 괜찮을 것 같아요”
다른 때라면 그랬겠다. 남편은 그냥 웃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보험회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사고 경위를 살펴봤다. 사고차량 보험처리를 하고 상대 차량 보험회사 직원은 과실을 인정하고 렌터카를 보냈다. 남편은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침 일찍 처리할 일이 많아서 걱정과 짜증이 좀 올라왔다고 했다.
평소 이런 일이 있었으면 아무 일 없던 듯이 상대방을 보냈었다. 주차장에서 가만히 있는 차를 긁었어도 그냥 보내고 오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된 차를 카센터에 가서 약품으로 닦고 오면 그만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조금 찌그러진 데다 새로 나온 지 2주밖에 안 된 색깔도 흰색인 차를 검은색 차로 앞에서부터 운전석까지 까맣고 선명하게 줄이 그어졌다. 이건 참을 수 없었나 보다. 그렇게 렌터카를 타고 출근하고 돌아와 다음 날 차를 찾았다.
자동차를 유난히 아끼고 정성을 쏟는 남편은 주말이면 토요일 아침 일찍 세차를 하고 카센터에서 하루를 보낼 때가 많았다.
운전을 하면서 매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고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는 경우도 많다. 내가 조심하고 다른 사람도 같이 조심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급할 때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처럼 급할수록 천천히 한 숨 돌리면서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