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길러보기로 했어!

이젠 때가 됐어. 너와 친해져야 할 시간이야.

by 정아

한 두 개씩 보이던 네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 삐죽삐죽 솟아나는 너는 기척도 없이 아무데서나 나타났어. 나는 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쓰여서 가만두질 못하고 뽑아내기 시작했어. 처음은 하나두 개 정도에 그쳐서 괜찮았어. 그런 널 부정하기도 했었어. 아니 부정하고 싶었어, 널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 40대인 난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거든.


네가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서 내 마음은 착잡해졌어. 너와 함께 살아가기엔 아직 나에겐 보는 눈이 너무 많잖아. 미모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게을러 보일 수도 있거든. 넌 너무 빨리 나를 발견했지 아마도.


뭐가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 나에게 오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네가 반갑지 않았어. 사실 반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 싫었다고! 오빠가 나에게 널 확인시켜줄 때면 난 극구 널 부인하며 아니라고 우겨댔지. 오빠는 그럼 이렇게 말했어.


“그래 새치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어렸을 적 외가에 가면 이웃에 사는 꼬마 남자애와 눈깔사탕을 걸고 박치기를 시키시던 외할아버지는 60세에 머리 위에 하얀 눈이 내려있었어. 그때 내 눈에 보이는 외할아버지는 너무 멋진 분이셨어. 눈깔사탕을 걸고 남자아이와 박치기를 시키는 것은 제외하고. 손녀를 동네 아이, 그것도 남자아이와 박치기를 시키시다니 정말 그건 너무하다고 생각했어.


얼마 전 시어머니는 날 보며 친정엄마 닮아서 외탁했나 보라고 콕 찍어 말씀하셨지. 팔십이 넘으셨는데도 시력이 너무 좋아서 널 단번에 알아보셨어. 아직 건강하신 걸 보면 시어머니와 남편은 검정콩을 많이 드셨나 봐. 나는 콩밥을 싫어해서 검정콩을 안 먹었거든. 그래서 네가 더 빨리 온 걸까?


이젠 더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너를 가만 둘 수가 없었지. 나는 한 달 아니면 늦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널 지워버리려고 노력했어. 그럼 감쪽같이 너는 사라졌지. 한동안은 너로 인한 고민은 그렇게 해결할 수 있었거든. 아무도 널 알아채지 못하더라.


그렇게 너와의 만남을 애써 외면하며 지낸 기간이 어느덧 3~4년은 된 것 같아. 자꾸 눈은 시큰거리고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시력은 더 나빠지고 있어서 새로 맞추는 안경은 안타깝게도 두꺼워졌단다. 그게 비단 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난 네 탓으로 돌리려고 해. 널 안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거든.


올해 초부터는 갈등이 시작됐어. 사실 50대가 되면 널 인정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거든. 그런데 지금 나는 50대 초반이 됐으니 이제부터는 널 어쩌면 좋을지 고민 중이야. 사실 얼마 전부터 나는 너와 친해지는 연습 중이야. 내가 널 길러보려고 인내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었잖아. 낯설고 어색해서 거울 속 내 모습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힘들게 참고 견뎌내려고 해. 이젠 내가 너와 친해질 시간이 됐다고 스스로 인정하려고 해.


“우리 그만 친해질까? 네가 널 길러볼 생각이야”


어느 날 문득 네가 보이지 않으면 내 마음이 변한 거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일 나는 갑자기 미용실에 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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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는즐거움 #친해지기 #새치 #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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