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딸은 처음이라...

공감능력 떨어지는 엄마와 감성적인 딸의 대화

by 정아

"엄마, 엄마는 어떻게 상담을 해요?"

"무슨 말이야?"

"엄마는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듣고 건성으로 대답만 하잖아요."

"그랬어? 언제?"

"좀 전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음, 뭐라고 했더라? 엄마가 원래 좀 깜빡거리잖아"

"깜빡거리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듣는 거예요!"


우리 모녀의 대화는 이렇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해야 할 말은 잊어버렸고 엉뚱한 말만 하고 말았다.


"공부하기 싫어요"

"..."

"힘들어요"

"그래도 해야지. 지금이 중요한 때인데"


간식을 먹다가 다 먹었다며 일어나서 쌩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럴 땐 그냥 "힘들면 좀 쉬어, 힘들어서 어떡하니" 이렇게 말해주길 바랬다고 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럼 어떡할 건데?" 이런 말이 아니라 그냥 들어주고 괜찮다고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해 주길 기다렸다고. 엄마만이라도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길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말해주지 못하고 있다.


"엄마는 이중인격자예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한테는 엄격하고 잘 웃어주지도 않으면서 내 친구들한테는 항상 상냥하게 말하고 화도 안 내고 뭐라고도 안 하잖아요. 그리고 나한테는 막 화내고 혼내다가도 전화가 오면 갑자기 친절한 목소리로 바뀌어서 '여보세요~'라고 하면서 금방 '하하호호'하잖아요! 이중인격자!"


아이가 어렸을 때 했던 말이었다. 어른들은 이중인격자라며 특히 엄마는 더 그렇다면서 울면서 말했다. 엄마는 엄마가 처음이라 실수도 많이 하고 서툴기도 하고 서운하게 할 때도 있을 거라 말해줬다. 그 말 끝에 이렇게 말했다.


"나도 자식이 처음 돼보는 거고 딸도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나도 잘 모른단 말이에요! 나도 힘들어요. 엄마 미안해요"


참 알 수 없지만 또 그렇게 투명한 아이다. 그런 아이에게 못되게 구는 엄마다.


힘들고 지친 시간들을 보내고도 못다 한 숙제가 밀려있는 느낌인지 아직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가 보다. 아이는 아직 흔들리는 갈대처럼 마음에 바람이 불고 있다. 좀 더 천천히 많이 고민하고 충분히 생각해서 어떤 결정을 하리라 믿는다. 아직은 기다림이 최선인 것 지금 '참을성'을 키우는 중이다.


너의 삶을 즐기면서 살았으면 해.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모두 즐기면서 헤쳐 나갔으면 해. 오늘이 내일이 아니라 내일이 더 나은 오늘이 되길 바라.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지금 이 순간은 삶에서 아주 잠깐이 될 수 있어.




지친 너를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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