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에 생애에서 멋진 인생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로 인생을 살고 계시는 분의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예스트 서점에 다녀왔습니다. 77세 나이에 작가가 되셨다는 '이숙자' 선생님은 조용조용한 말투로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53년을 군산에 살면서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면서 지내 온 세월만큼 수많은 이야기보따리를 책 속에 녹여내셨습니다.
처음 군산에 살게 되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엄한 남편만 믿은 채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외롭고 힘이 들었지만, 어려움과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가지를 한 것 중 글쓰기가 단연 최고였다고 합니다.
다도를 배우고 가르치며 차를 덖고, 자수를 놓고, 그림을 그리면서 차차 글쓰기와도 인연이 되어 2020년 77세의 연세에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습니다.
<77세,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는 이숙자 선생님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 배지영 작가님이 진행하는 에세이 글쓰기반 2기로 시작해서 에세이 집을 냈습니다. 책을 출간하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고 브런치 작가로,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두 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에세이 글쓰기를 시작한 지 4년 째이지만 그동안 브런치와 오마이뉴스에 써낸 작품은 상당한 양이 누적되어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멋지게 활동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사람은 무언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는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책 제목처럼 이젠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외출을 할 때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대비해서 누가 봐도 깨끗한 모습을 유지시키려고 외출 전 집안 청소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이는 냉장고를 깨끗이 비워서 정리해서 다른 사람이 언제든지 쉽게 찾아서 쓸 수 있게 치워둔다고 합니다.
우리는 노화 아니면 불의의 사고로 혹은 갑작스러운 건강상의 이유로 지금 이후의 삶에 대해 어느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삶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는 것은 정말 멌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는 격하게 공감해주면서 읽을 거라는 상상은 최고의 감동이고 벅찬 일입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77세 작가님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오래오래 멋진 글을 많이 써 주시길 기다리게 되고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