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었다. 집 앞 공원에 있는 나무는 밤새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고결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출근길이 순탄치 않겠다 싶어 일찍 서둘렀다. 덕분에 오늘 점심은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 도시락 대신 간단하게 두유와 견과류, 딸아이 간식으로 구입해서 남아있던 스콘 하나를 챙겨 가방에 던져 넣었다.
예상했던 대로 도로는 미끄러웠고 거북이 운행으로 정체되는 곳이 간혹 발생했다. 내가 사는 군산은 출퇴근 시간에 잠깐만 도로가 막힐 뿐, 그 외는 거의 항상 순탄했다. 일찍 출발한 터라 평소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10분 전에는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커피를 내려서 마시는 이 짧은 시간이 정말 좋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활짝 열어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 한 모금이 시원하다. 핸드드립백에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사무실에 가득 퍼지는 커피 향기가 좋다. 히터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는 그런 조용함으로 꽉 채워진 공간이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겨우 10~20분 정도지만 하루에 쓸 에너지를 충전하기에는 충분하다.
월요일이라 한가한 듯하면서도 바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낮에 쨍쨍했던 햇빛 덕분에 고맙게도 도로가 말짱했다.
바쁘게 돌아온 집에서 또 일을 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 입고는 바로 주방에 가서 앞치마를 둘렀다. 저녁을 준비해서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모두가 방으로 들어간 후 그제야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면서 식탁에 앉은 채 숨을 돌렸다.
지친 하루를 마감하면서 갑자기 야식이 생각났다. 퇴근길에 들른 마트에서 구입한 어묵과 지인이 준 곱창김이 맛있다며 남편이 구입한 한 박스의 곱창김이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매운 어묵김밥 너로 정했다.
□ 재료
어묵 한 봉지, 매운 고추 3개(매운맛을 좋아하면 더 넣으면 맛있음), 고춧가루 3 큰 숟가락(기호에 따라 더 넣어도 됨). 물 200ml 정도, 양조간장 3 큰 숟가락(간은 입맛에 맞게), 후춧가루 조금, 깨소금 조금, 올리고당 혹은 요리당 약간(없으면 설탕 조금 넣으면 됨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어묵과 매운 고추, 구운 곱창김을 꺼냈다. 어묵은 가늘게 채를 썰고 고추는 잘게 썰었다.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 붓고 어묵과 매운 고추를 넣었다. 거기에 양조간장 조금, 참기름 조금, 고춧가루 많이, 후춧가루 조금, 깨소금과 올리고당까지 넣고 약한 불에서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잘 볶아주면 된다.
매운어무킴밥의 주재료인 매운어묵볶음
어묵이 식을 동안 남은 밥을 꺼내고, 곱창김을 꺼내서 도마 위에 올린 후에 밥을 한 주먹 집어서 넓게 펼쳐준다. 밥을 얇게 펼치면 어묵을 많이 넣을 수 있어서 더 맛있게 된다. 넓고 얇게 펼쳐진 밥 중앙에 어묵을 아주 많이(김밥 속재료 넣어서 싸는 것보다 높게 많이) 넣은 후 김밥을 돌돌 말아주면 매운 어묵김밥 완성!
김밥이 풀리지 않게 하려면 김 끝부분에 물을 살짝 발라주면 된다.
화끈한 매운어묵김밥
한 두 개만 먹 어도 매운맛이 끌리는 화끈한 맛이라서 속이 개운하다. 이 매운맛이 가끔 생각나고 당긴다. 김밥 몇 개 집어 먹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다. 매운 것에 약한 '맵 지리'이신 분들은 덜 맵게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