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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포기 못 해! 한창 제철인 딸기맛은 일품!

세일은 포기 못하는 아줌마 근성이 나오다.

by 정아

점심시간이 되면 아무실은 분주해졌다. 밥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울림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팅"

"팅"


몇 번의 '팅'하는 울림이 있고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인원이 같이 먹을 수 없으니 이 마저도 뿔뿔이 흩어져서 먹을 수밖에 없다.


작년 11월에 이사한 후로는 구내식당이 없어서 점심식사를 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고민 끝에 반찬배달을 시켜 먹기로 했다. 대신 밥은 가져다주지 않아 개인이 각자 집에서 싸와야 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를 하지만 이젠 수다를 떨 수가 없다. 그저 조용히 숟가락과 젓가락질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조심스러기만 했다. 각자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다른 날엔 뒤로 조금만 가면 나오는 월명산 입구까지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오늘은 조용히 쉬고 싶었다.


잠시 책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니 옆에 있던 동기가 보던 휴대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딸기가 세일이라서 엄청 싸게 나왔대요. 사러 갈까요?"

"그래"


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장소가 어딘지 물어보고 휴대폰과 자동차 열쇠를 손에 챙겨 든 채 둘은 외투를 걸쳐 입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식자재마트였다. 딸기를 사고 오는 길에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사 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마트에 도착해서 과일이 있는 진열대로 향했다. 눈앞에 딸기는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다 팔렸나 봐요. 다른 마트도 있는데 가기가 좀 먼데요."

"어딘데?"

"ㅇㅇ마트요. 설마 거기도 다 떨어지고 없는 건 아니겠죠? 그럼 안되는데.."


말과 동시에 둘은 차로 향했고 머릿속에서는 시계와 이동 동선을 재빨리 파악했다. 시간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가장 빠른 길을 골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차 안에서 둘은 웃음이 났다. 몇 천 원 아끼려고 황금 같은 휴게시간을 포기한 채 장보기를 하러 나온 모습이 생각하니 우스웠다.


도착한 마트에서도 과일 판매대를 찾아 빠른 걸음으로 향해갔다. 눈앞에 딸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슬픈 일이 현실이 되다니 이렇게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딸기를 찾기 시작했다.


"없어요. 다 팔렸나 봐요. 저건 손대지 말라고 쓰여있어요."


한쪽에 쌓여있던 딸기 상자는 황금색 천으로 둘러놓고 보이지 않게 가렸다. 그 덮인 천 위에 선명하게 적힌 글씨가 이제야 눈에 띄었다.


[손대지 마시오!]


느낌표가 제법 단호했다. 이대로 그냥 가기엔 서운함이 너무 컸다. 계산대 쪽으로 향하며 '물어라도 볼까'라고 말했다. 직원복을 입은 사람에게 물어봤다.


"딸기는 다 나갔나요? 더는 없어요?"

"아까 거는 다 나갔어요. 조금 있으면 곧 다른 상품을 가져다 놓을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 거라 기다릴 수가 없는데요. 지금 가져갈 수 있을까요?"


직원은 안된다고 말했다. 포기하고 돌아 나오려는 순간 직원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하얀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나타나더니 딸기가 있었던 자리에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옆에 있던 동기가 순간 사라졌다 했는데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던지 벌써 딸기 앞에 있다. 계산을 마치고 우리는 전장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것 같은 의기양양함 가득한 채 딸기를 품고 차에 올라탔다.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꿀 딸기


돌아오는 길에서 동기는 '아마도 우리가 딸기를 사려고 하니까 많이 가져갔던 누군가가 조용히 반납해준 것 같다'며 좋아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득템을 한 우리는 당당히 시간 안에 사무실로 돌아왔다. 동기는 자랑스럽게 무용담을 들려주었고, 사무실은 한바탕 웃음 소동이 일었다.

역시 세일은 포기할 수 없는 아줌마 근성이 살아 있었다.


꿀 같은 점심시간의 휴식과 맞 바꾼 딸기여서 그런가?

딸기맛은 최고였다. 조금 이르지만 한창 나오고 있어서 그 맛이 일품이다. 덕분에 싱싱한 비타민C 섭취로 오늘은 면역력도 같이 챙기는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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