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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김파보 Dec 12. 2023

존재감이없는사람이자신을존재감이없는사람이라소개하면그사람은

앨범 서문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명석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이였죠. 그리고 그 아이는 커서 사람들이 모두 아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는 학교 생활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는 자신이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그 아이는 혼자만의 힘으로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꿈을 이뤄 그 아이는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아이를 부럽다고 말하기도 하고, 기특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글쎄요…? 실제로 그 아이의 삶을 부러워할 만한 것이었을까요?

 

15살, 누구나 대개는 그렇듯이 그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해보고 싶다’라는 소원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자신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그 꿈을 소리 내어 외쳤을 때, 주변에선 하나둘씩 그 아이를 만류하는 소리들을 퍼부었습니다.

 

“너같이 평범하게 생긴 애가 어떻게 음악을 한다고 그래?”

“너가 무슨 끼가 있다고, 허튼 꿈꾸지 말고 그냥 공부나 해.”

 

무차별한 조언과 만류의 말로 포장된 평가에 노출돼야만 했던 어린 날의 아이는 처음으로 엄청난 고통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그 고통은 그 아이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보란 듯이 공부로도 성공하고 음악으로도 성공하겠다는 작은 불씨를 자신의 작은 방 안에서 홀로 피워냈죠.

 

그렇게 20살, 그 아이는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대에 보란듯이 합격했고, 이제 진짜 자신의 꿈을 펼칠 때가 왔다 생각하며 비로소 그 아이는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공부도, 음악도 두 손에 모두 쥐려고 했던 것이 너무 과한 욕심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아이가 속한 사회는 절대로 인정을 바라거나 해주면 안 되는 사회였기 때문이었을까요? 그 아이는 순진하게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비로소 인정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땠을 것 같나요? 그 아이는 어렸을 때보다 더 심한 평가의 말에 노출돼야만 했습니다. 어디 외모평가 뿐이었을까요?

 

“그냥 취미로 하는 거지? 솔직히 직업으로 할만한 실력은 아니잖아”

“너 학벌에 딴따라는 좀 아니지 않냐?”

“그걸로 성공하지를 못 할 거면 애초에 시작부터 하지를 마. 그냥 편한 길 가 제발”

“야, 지금 아이돌 애들을 봐 봐. 무슨 스무살 넘어서 음악을 시작하려고 그래. 진작에 뜰 애들은 뜨고도 남았어. 너가 재능이 있었으면 이미 뜨고도 남았겠지” (진심으로 이렇게 나온다고…? ㅎ)

 

그 아이는 더 이를 악물고 버텨냈습니다. “너는 절대 안 돼”라는 평가의 말을 어떡해서든 부숴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다짐을 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한지 6개월만에 그 아이는 드디어 작곡가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곡가가 된 이후 그 아이는 원했던 꿈을 이뤘으니, 모든 미션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는 이제 인생에 남은 것은 탄탄대로, 꽃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철없는 낙관론에 빠졌죠. 그런데, 현실은요…

 

타인의 평가는 갈수록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그 아이를 진심으로 인정해 주거나 받아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창작업계든 아카데미든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못 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아이가 뭐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않고 일만 벌린다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다니는 한량이라고 이야기를 해댔습니다. (그 아이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진심으로 열심히 했을 뿐이었는 데도요.) 그 아이는 진심으로 본인들의 불편한 심기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한 날 선 수동공격의 말을 내뱉는 입들을 다물게(말 그대로요) 하고 싶었죠. 그러나 그러지 못 했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선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타인들의 압박에 굴복한 그 아이는 꿈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취업을 알아보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상담선생님이 내뱉는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죠.

 

“음… 잘 알겠는데요, 솔직히 OO씨는 전공과 다른 경험만 해 오셔서 뭘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어요. 만약 그렇게 수많은 경험들을 하셨다면 뭔가 하나라도 이뤘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OO씨는 정말 멋있는 삶을 살아오신 건 맞는데요, 솔직히 회사는 멋있는 사람은 필요 없어요.”

“그냥 하던 거 하시지, 뭐하러 또 다른 거 하세요?”

 

저는 그 때 알았습니다. 

 

타인의 기준이란 건 절대로, 절대로, 절대절대 절대로!!! 충족할 수가 없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이라는 것을요.

 

세상은 항상 젊을 때 꿈을 가져라,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외치지만, 그게 자신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면 그 때는 틀린 것이라고 지적질, 손가락질을 합니다. 세상은 우리를 항상 엄청나게 높은 허들을 세운 곳에 들이밀어 넣고, 그 허들에 언제 자빠지나 미친듯이 노려봅니다. 그리고 그 허들에 비로소 걸려 자빠지면 ‘옳다구나!’하고 뛰어와서 “거 봐, 너 그것밖에 안 되잖아”라고 비웃고, 아파서 눈물이라도 흘리면, ‘아파하고 있을 시간에 남들은 다 뛰고 있는데 넌 혼자 뭐하고 있니?’라며 자기연민조차 느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운 좋게 허들에 걸리지 않고 트랙을 완주했다면 사람들은 잘했다고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허들을 세워놓고 또 자빠지길 기다렸다가 “거 봐, 역시 넌 그것밖에 안 되지? 다 운빨이었잖아.”라고 자신의 분수를 알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이란 걸 알고, “말도 안 돼!”라고 항의라도 하는 날엔, “야, 난 이게 다 너가 강해지고 단단해 지라고 그러는 건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이것도 못 버텨서 어떻게 살아가려고?”라고 당신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평가들을 이겨내고, 모든 허들들을 뛰어 넘어 더 이상의 허들이 없는 정상의 자리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러겠죠. “어휴, 쟤 저렇게 독한 것 좀 봐. 저렇게 독하게 살아서 뭐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엔 아마 이렇게 생각하시는 사람들도 있겠죠. “얜 뭔데 지 혼자 쉐도우복싱 질이야?”)

 

타인의 평가를 어떡해서든 부숴내려고 이를 악물고 버텨왔던 지난 날들의 저의 경험에서 저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타인의 인정을 받는 방법으로는 절대 행복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면, 차라리 “난 져도 괜찮아”라고 외친 채, 자신만의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요.

 

누군가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면, 저는 그냥 정체성이 없는 게 저의 정체성이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누군가 제게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걸 찾는 게 제가 하고 싶은 것이라 얘기할 것입니다. 누군가 제게 믿는 구석이 있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그럴 만한 구석이 있다고 믿는 것이 제가 믿는 구석이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이 말도 안 되는 말장난 같은 말 속엔 사실은 제가 지난 날의 저의 상처로부터 깨우친 아주 중요한 교훈이 들어 있는 것이죠. (※ Lesson one! 물어봤다고 다 대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어떤 거대한 사회적인 차원의 담론이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또 이 노래가 엄청난 복수를 위해 만들어 진 것도, 저를 엄청난 성공이나 행복으로 안내해 주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잘 압니다. 그냥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그냥 그렇다고’라는 개인적인 의미의 발화입니다. 

 

그럼에도 그저 일개 독백에 가까운 개인적인 발화에 죽자고 달려들며 “지까짓 게 도대체 뭔데?”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저 이것뿐이란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근데 넌 얼마나 널 잘 아는데?”

 

(※ 아! 세 줄 요약은 없습니다.)

 

■ 크레딧

 

Lyrics by 김파보 

Composed by 김파보 

Arranged by 김파보 

Mixed by 김파보 (Foundboy)

Mastered by 전훈 at SONICKOREA (Assist. 신수민)

Mastered by Cheon "bigboom" Hoon at SONICKOREA (Assist. Shin Su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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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저의 새로운 음원인

‘존재감이없는사람이자신을존재감이없는사람이라소개하면그사람은진짜존재감이없는사람일까?’

가 발매됩니다.

제가 음악을 비롯하여 유튜브, 학업, 취업, 경제적 독립 등 다양한 목표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혹은 진짜로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그때 제가 마주쳐야만 했던 현실 속에서 느낀 저만의 진솔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이 한 곡에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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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존재감이없는사람이자신을존재감이없는사람이라소개하면크사람은진짜존재감이없는사람일까?

Duration: 2’ 51”

Genre: Electronic / Ambient / Emo

Format: DS (320kbps mp3 or 48, 96k wav, flac)

⭐️⚫️Lyrics / Composed / Arranged: 김파보

⭐️Release date: 2023.12.14

Mixing: 김파보 (Foundboy)

Mastering: Cheon “bigboom” Hoon at SONICKOREA (Assist. Shin Sumin)


� Notice!

발매일에 맞춰 소정의 상품을 증정해 드리기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멜론 url 페이지:

https://www.melon.com/artist/timeline.htm?artistId=286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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