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다크에서의 버터티를 마시다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 중의 하나인 방탄커피 마시기. 오랜만에 본 지인이 날렵해지고 활기차 보인다. 어떻게 한 거야 했더니 아침마다 방탄 커피 마시기를 해서 석 달만에 10kg 가까이 뺐단다. 물론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고 점심은 샐러드, 저녁은 구운 고기 그리고 매일 헬스도 빠지지 않고 했다고. 다이어트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방탄 커피가 뭔데 하고 물었는데 진한 블랙커피에 무염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섞어 마신단다. 말하자면 고지방 저탄소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그 말을 듣고 북인도 라다크에 있을 때 마셨던 버터티 이야기를 해주며 비슷하네 했더니 방탄커피를 만든 사람이 티베트에서 마셨던 티를 응용했다고 하니 비슷하긴 한 게 맞다.
인도하면 사람들이 주로 생각하는 차는 '짜이'다. 차와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고 우유나 연유에 설탕을 포대로 넣은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의 단맛을 지닌 길거리 리어카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차. 더위 속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줄 수 있는 것 바로 '짜이'다. 그런 인도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달착 지근한 짜이의 맛에 익숙해질 무렵 북인도의 라다크에 도착했다. 라다크에는 많은 절이 있는데 그 절을 방문할 때마다 라마(승려)들이 차를 대접해 준다. 작은 잔에 따라 준 뭔가 께름칙해 보이는 홍차지만 마냥 까맣지는 않은 멀건 잿빛 색깔의 티. 한 모금. 입에 담았지만 목구멍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울렁. 하지만 대접해 주는 걸 마다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웃으며 천천히 다 마셨다. 바로 버터티다. 솔트티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설탕이 아닌 소금을 넣기 때문이다. 소금을 넣지 않는다면 그 버터의 느끼한 맛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내게는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그 차를 라마들은 하루 종일 마셨다. 일을 하다가도 마시고 공부를 하다가도 마시고 절을 하다가도 마시고. 그리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사람들은 그 차를 대접해 주었다. 그 울렁거림은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졌고 어딜 가나 주는 버터티를 흔쾌히 두세 잔씩 받아 마셨다. 절에서 버터티를 만드는 걸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가마솥같이 큰 솥에 차를 넣어 끊이다 원통형의 긴 통에 버터를 넣어 으깨어 넣는다. 그렇게 끊인 차를 중국제 꽃무늬 마호병에 담아 하루 종일 마신다. 무더운 여름뿐 아니라 길이 끊겨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겨울도 버티게 해주는 차다.
달라이 라마가 있어 유명한 다람살라의 절에서 끊임없이 절을 하던 라마도 그 옆에는 예외 없이 중국제 마호병 안에 든 버터티를 마셨다. 한 마디로 피골이 상접해 있던 그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절을 했고 가끔식 버터티를 따라 마셨다. 저녁이 될 즈음에는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해서 어린 라마들이 와서 그를 부축해 데려갔다. 며칠을 그가 절하는 걸 구경하러 가서 앉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구경 갔던 날 그 라마는 부축해 돌아가며 내게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살이를 버티게 해주는 버터티. 홍차, 물, 버터,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