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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Sep 25. 2020

방탄 커피와 버터티

인도 라다크에서의 버터티를 마시다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 중의 하나인 방탄커피 마시기. 오랜만에 본 지인이 날렵해지고 활기차 보인다.  어떻게 한 거야 했더니 아침마다 방탄 커피 마시기를 해서 석 달만에 10kg 가까이 뺐단다. 물론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고 점심은 샐러드, 저녁은 구운 고기 그리고 매일 헬스도 빠지지 않고 했다고. 다이어트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방탄 커피가 뭔데 하고 물었는데 진한 블랙커피에 무염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섞어 마신단다. 말하자면 고지방 저탄소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그 말을 듣고 북인도 라다크에 있을 때 마셨던 버터티 이야기를 해주며 비슷하네 했더니 방탄커피를 만든 사람이 티베트에서 마셨던 티를 응용했다고 하니 비슷하긴 한 게 맞다.


  인도하면 사람들이 주로 생각하는 차는 '짜이'다. 차와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고 우유나 연유에 설탕을 포대로 넣은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의 단맛을 지닌 길거리 리어카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차.  더위 속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줄 수 있는 것 바로 '짜이'다. 그런 인도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달착 지근한 짜이의 맛에 익숙해질 무렵 북인도의 라다크에 도착했다. 라다크에는 많은 절이 있는데 그 절을 방문할 때마다 라마(승려)들이 차를 대접해 준다. 작은 잔에 따라 준 뭔가 께름칙해 보이는 홍차지만 마냥 까맣지는 않은 멀건 잿빛 색깔의 티. 한 모금. 입에 담았지만 목구멍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울렁. 하지만 대접해 주는 걸 마다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웃으며 천천히 다 마셨다. 바로 버터티다. 솔트티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설탕이 아닌 소금을 넣기 때문이다. 소금을 넣지 않는다면 그 버터의 느끼한 맛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내게는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그 차를 라마들은 하루 종일 마셨다. 일을 하다가도 마시고 공부를 하다가도 마시고 절을 하다가도 마시고. 그리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사람들은 그 차를 대접해 주었다. 그 울렁거림은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졌고 어딜 가나 주는 버터티를 흔쾌히 두세 잔씩 받아 마셨다.  절에서 버터티를 만드는 걸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가마솥같이 큰 솥에 차를 넣어 끊이다 원통형의 긴 통에 버터를 넣어 으깨어 넣는다. 그렇게 끊인 차를 중국제 꽃무늬 마호병에 담아 하루 종일 마신다.  무더운 여름뿐 아니라 길이 끊겨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겨울도 버티게 해주는 차다. 


몇 날 며칠을 구부리고 앉아 만다라를 만드는 라마. 일하는 중간중간 그들은 버터티를 마시며 휴식한다. 



   달라이 라마가 있어 유명한 다람살라의 절에서 끊임없이 절을 하던 라마도 그 옆에는 예외 없이 중국제 마호병 안에 든 버터티를 마셨다.  한 마디로 피골이 상접해 있던 그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절을 했고 가끔식 버터티를 따라 마셨다.  저녁이 될 즈음에는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해서 어린 라마들이 와서 그를 부축해 데려갔다.  며칠을 그가 절하는 걸 구경하러 가서 앉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구경 갔던 날 그 라마는 부축해 돌아가며 내게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살이를 버티게 해주는 버터티.  홍차, 물, 버터,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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