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무슨 물건인가?-20
" 작품을 하다 보면
어디서 끝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완성이
된 건지, 아닌지 헷갈려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땐
존재에게 물어봐."
"존재 라뇨?"
"네 안에서 올라오는
느낌 말이야."
"..."
"너 밥 먹는 것의
완성이 뭔지 아니?"
"배부른 거요?"
"그렇지. 배가 부르면
더는 밥 생각이 안 나지?
그게 밥 먹기의 완성이야.
그림도 마찬가지야.
완성된 그림은 더 이상
'그림 생각'이 나지 않아."
"아, 그렇겠네요."
"그림을 완성하려면,
작품을 보면서 내면을
잘 느껴봐.
걸리는 게 있으면,
그게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수정보완하는 거지.
그러다 보면 직관적으로
저절로 알게 돼.
'이제 끝났다'하고."
"아. 네."
"우리에겐 직관이 있잖아.
직관은 존재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어.
생각이전에, 찰나적으로
올라오는 반응 말이지.
우리들은 통상
분석하면서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지만
직관은 순간적으로 반응해.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게 해주는
놈이 있어.
바로'주시(注視)'지.
이게 없으면 직관이 뭘 느꼈는지
알 수 없어."
"주시라..."
"'주시'는
비춰주는 거울 같은 거야.
지금 너 뭐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죠."
"내가 묻기
전에도 알고 있었어?"
"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본 거 같기도 하고,
안 본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
내 말에 몰입돼서
몰랐던 거야.
하지만
주시하는 놈은 이미 보고 있었어.
주시를 넓혀봐,
지금 앉아 있는
네 모습을 보고, 더 넓히면
주변이 보이고."
" 네 그러네요."
"계속 확장하면
우주 끝까지 닿지.
그래서 옛사람들이
'마음이 곧 우주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자각(自覺)에서
나온 말 일거야."
"그렇군요."
"그러니 직관과 주시로
작품을 바라보면,
그림이 완성됐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어.
더 손댈 데가 없어 그림 생각이
안 난다면 그게 완성인 거지.
하지만 계속 떠오른 다면,
아직 할 게 남은 거고.
그러나 완성이란
주관적인 거라 완성이라는
명확한 지점은 없는 거야."
"네. 무슨
말씀인지 이해됩니다."
"아무튼,
그림의 완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춘 완성.
다른 하나는
자신의 내면의
결핍이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낸 완성이지.
우리 존재는 본능적으로
자유를 원하기 때문에
사회적 규범이나
남의 기준에 맞추는 것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어.
진짜 완성은,
억눌려 있던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분열된 자아가
충족된 자아로 회복될 때
드러나는 거야.
그게 바로
우리들이 말하는
'자기완성'이겠지."
"네. 공감이 됩니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그런 완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물론 쉽지 않기 때문에
때론 '죽음의 충동'으로,
혹은 '파격(破格)'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거지.
단 그림은 내가 하는게 아니라
나를 통해 나오는 거라는 걸
잊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고
실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