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正體性)

예술, 무슨 물건인가?-19

by 에코




"미술계에서는

작가의 정체성(正體性)이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정체성이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정체(正體)는 존재가 지닌

본래의 모습을 말한다면,



정체성(正體性)은

본래모습을 기반으로 한



자기 이해와 태도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作業)이란 말 자체가

'업을 짓고 다루는 일'이라는

뜻이기에



자신의 업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예전에

미술잡지에서 기자가

작가에게

작업의 이유를 묻자,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예술뿐 아니라

모든 직업이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수단이요, 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예술은 그런 측면이

많지만 단순히 자기 탐구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나 현실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

역시 예술의 역할이지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사회적 발언조차도



자기 내면의 불편과 갈망

나아가 사회적 책임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처럼 예술은 자기 욕망과

사회적 역할이 겹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거지요.



그 지점에서 자기 치유가

사회적 치유로 이어질 때,



예술은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네... 결국 작업이란

자기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그래서 중요한 건

욕망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욕망하는 나를

'바로 보는 것'입니다.



그 시선이 있을 때,

내가 왜 작업을 하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예술가의 정체성이란,



자신의 열망과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그것을 작품에 녹여내는

자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그렇다고 하겠죠."






"우리 마음의 정체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마음의 정체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첫째, 인격(人格, Personality).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육감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자아(自我)를 말합니다.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처럼,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자아입니다.



둘째, 본능(本能, Instinct).



잠재의식(潛在意識)과

무의식(無意識)을 포함합니다.



이 의식들은 억눌리면

갈등을 일으키지만,



예술행위를 통해

드러날 때는 강력한 창조의

동력(動力)이 됩니다.



셋째, 본성(本性, Essence)은



불교에서 말하는

'본래면목(The original face)'.



즉 분별이전의

오롯한 성품을 뜻합니다."




"그럼 이 셋은 따로따로

존재하는 건가요?"




"하나의 흐름일 뿐이지요.



현재의식과

잠재의식, 무의식은 위계적 층위로

구조화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단지 상황에 따른 노출빈도의

차이라고 봅니다.



이 들의 쓰임을 불교에서는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으로

말합니다.



유위법(有爲法)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

행하는 거라면



무위법(無爲法)은

분별이전의 성품에서 행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길이든 핵심은

'본래마음'을 깨닫는 것에

있다 하겠습니다.




'진정한
정체를 깨닫는 것.'



이야말로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돈오(頓悟)와 점오(漸悟)로

나누어 봅니다.



돈오는 단박에 깨치는

거라면 점오는 점진적으로 깨쳐

나가는 것이지요.



이를 자아(自我)의

변화로 말하자면,



소아(小我)에서 출발해

견아(見我), 망아(妄我), 무아(無我),

공아(空我), 진아(眞我)를 거쳐



대아(大我)에 이르는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꽤... 복잡하네요."




"사실 이런 구분보다

중요한 건 본래 마음에 대한

자각(自覺)입니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變正覺)

이라 했듯,



첫 마음이

곧 깨달음이라 했으니까요."




"??.... 그럼 정체를

자각하는 데 있어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일상에서는 은폐된

본능이나 무의식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다릅니다.



좋은 감정뿐만 아니라

결핍, 고통, 불안, 공포 등



그 어떠한 것도

표현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장(場)이지요.



특히

내면에 숨어있는

것들이야말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불꽃이 되고,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자각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따라서 갈등과 고통이

오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 태도 속에서 비로소

진정성과 정체성이 살아있는

작품이 나오고,



문득 자신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이 오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나온 작품은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결국은 남을 위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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