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무슨 물건인가?-21
"삶과 예술은 하나다.
같은 이치를 갖는다.
삶이 예술에서 배어 나오고,
예술이 삶에서 배어 나온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사람에게 적용해 보면 알기 쉽다.
어떤 작품이
진실한 작품인가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진실한 사람 인가
하는 것과 같다.
진실한 작품은
자신을 숨기지 않고 그려낸
그림이고,
진실한 사람은
자신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는
'어떻게 그리는 것이
잘 그리는 것인가? 와
다르지 않다
잘 사는 사람이 희로애락을
유감없이 표현하며 살아간다면,
잘 그린 그림은
희로애락 즉 충족과 결핍,
선과 악이 거침없이 드러나
음양의 충돌과 조화로써
중도(中道)를 이루는 그림일 것이다.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시장 터에 귀신도 모르게
섞여사는 사람,
일을 하지만
일없는 듯 일하는 사람,
그가 바로
무사인( 無事人)이다.
희로애락,
고저장단의 양변을 넘나들며,
그리는 바 없는 듯
그리는 그림.
그것이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그림일 것이다.
언젠가 대통령선거 표어로
'보통사람'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사람'처럼 사는 걸
말하기 좋아하며,
'무기교의 기교'를 부담 없이
즐겁게 받아들인다.
왜일까?
세상은
특별한 사람이 돼라
요구하는데
굳이 '보통사람'이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사람'은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심이 없다.
그래서 힘을 빼고
살아간다.
특별해지려 하면
노력해야 하고,
노력은 신경을 써야 하고
긴장과 피로를 동반한다.
'하려는 마음'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설사 노력 끝에
특별한 자리에 오른다 해도,
그곳은 위계상 특별한 곳이기에,
전체가 될 수 없다.
반면, 보통이나 평범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전체가 된다.
'기교'는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품는다.
그로 인해 집착과 갈등,
불안과 근심이 따르고,
스스로 인위의 틀에 갇히게 되어
결코 특별해질 수 없게 된다.
반면
무기교의 기교는 특별해지려는
노력이 없으므로,
집착도 갈등도 없다.
그래서 자유롭고
자연스럽기에, 저절로
특별해진다.
'무기교의 기교'
는 그 사람을
반영한다.
자신의 성품에
담겨있는 선악(善惡)이
적절하게 드러나듯,
기교와 무기교가
상황에 따라 피어난다.
기교는 선(善)만을
추구하기에
무기교가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억압하느라,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하므로
결국 경직되고
생명도 영혼도 없는
그림이 되고 만다.
따스한 훈풍이
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자연처럼,
선과 악이 유감없이 교차하며
생명과 영혼이 살아있는,
즉흥적이고
자생적인 향연이 펼쳐지는
예술의 오케스트라,
이것이 바로
'무기교의 기교'의 그림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