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무슨 물건인가?-22
"책을 보다가
미완즉완(未完卽完)이라는
말을 봤는데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완전하지 않은 것이
곧 완전이라는 뜻이지.
불완즉완(不完卽完)이라는
말이기도 하고, "
"완성이 안 됐는데
완성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되는데요..."
"우리들은 어딘가
완벽한 완성이 있을 것처럼
생각을 하지만
사실
완벽한 완성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거든.
그러니 미완성이
곧 완성이라는 말이지."
"완벽한 것은
없다는 건 알겠는데,
미완성이
곧 완성이라는 건
하다 만 걸 완성이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완성의 기준이라는 게
원래 불확실할 수밖에 없어.
예술에 있어서 완성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사람마다 기호와 성향,
그리고 안목이 다르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작가에 있어
완성이라는 것은
그의 생리적인 측면과
그의 안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그의 직관이
만족스럽다 하면 완성이라고
할 뿐이겠지.
누가 뭐라든 말이야.
사실
'세상에 완전한 건 없다'.
그래서 완전한 거야.
특히 양자물리학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지.
'이것'이다라고
할 만한 게 사실 없거든
예전에는 완전한 게
있다고 믿던 시절도
있었지.
예를 들어 원이나
직선을 생각해 보자고,
컴퍼스로 그린
원이나 자를 대고 그은 직선은
완벽해 보이잖아."
"네. 그렇죠, "
"그러나 그걸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아마 울퉁불퉁할걸?
결국 완전함이나
완벽함은 관념일 뿐이고,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람도 그렇잖아,
항상 결핍이 있게 마련이지.
상대비교를 하는 한
끝없는 욕망 때문에
완벽한
만족이라는 것이 사실
없지 않겠어?."
"아, 그래서
완벽할 수 없다는
결핍 때문에
신이 나 유토피아 같은
개념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겠지. 인간의 결핍이
고통을 낳고, 그 고통을
해소하려다 보니
신이 나 유토피아 같은
완벽한 걸 상상해 낸 거라
고도 할 수 있지."
"그럼 인간은 계속
결핍을 안고 살아야만
하나요?"
"결핍은
인간에게 본질적인 거야.
현실 세계는 상대비교의
이분법적 세계니까.
상대비교는
결핍과 욕망을 낳고,
욕망은
또 다른 결핍을 낳는 순환고리를
피할 수 없는 거지.
심지어 충족만 있어도
그게 또 결핍이 되니 말이야."
" 네? 충족이 결핍이라고요?"
"TV에서 보니 돈이 넘쳐나
변기에 버리는 사람도 있고,
배에서 지폐를
십만 불이나 뿌리는 사람도
있더라.
우리에겐 미친 짓 같지만
그들에게 있어 그건
결핍의 해소이기도 해.
물론 그건
'욕망의 과잉'인데
결국 욕망은 끝이 없다는
뜻이지."
"무슨 심리인지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도 인간을 부러워한다'는
말이 있는 거라고.
신은 뭐든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결핍을
경험할 수 없거든.
결핍이 결핍된 상태,
그게 바로 신의
고통일지도 몰라.
역설적이지만."
"영국에 '석 달 행복하면
불행해지고 싶다'는
속담이 있던데,
바로 그런 뜻이로군요."
"맞아. 인간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이지.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반증이야."
"그렇다면 결핍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정리
좀 해주세요."
"결핍과 충족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결핍이 없으면 충족도 없고,
충족이 없으면 결핍도 없어.
그래서 둘 다 필요한 거지.
다만 충족이 지나치거나
결핍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는 거니까,
가장 좋은 건
충족이 '대'를 이루고
결핍이 '소'를 이루는 거야.
이럴 땐
'살 만하다'라고 느끼지.
반면에 결핍이 크고
충족이 작으면 '죽겠다'라고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 거니까.
충족이 대를 이루고
결핍이 소를 이루도록 균형을
잡아 줘야겠지.
서양의 황금비율도
이런 생리적인 측면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 싶어."
" '미완즉완'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요?"
"그냥 진솔하게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충족뿐만 아니라
결핍과 열등도 함께 반영되어
저절로
'미완즉완(未完卽完)'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 그럴 거 같네요."
"완전과 불완전은
서로를 반대하거나 배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서로 얽히고 겹치면서
예술적 창조로 드러난다고 봐야 해.
이렇게
충족과 결핍이 비대칭적 균형을
이루는 것이야 말로
미완즉완(未完卽完)을
실천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