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大家)

예술, 무슨 물건인가?-23

by 에코




"요즘 미술계에서

대가(大家)라고 불리는 작가를

종종 보게 되는데



대가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고수(高手)가

기술적으로 완성된 사람을 말한다면



대가(大家)는

세계나 존재, 즉 삶에 대한

사유를 작업에 녹여



독창적인

경지를 연 사람을 뜻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믿음이지."




"믿음이라니요?"




"자신을 믿는 마음 말이야.

대가들은 자신을 믿는 태도가 분명하지만



일반작가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분별 속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많지.



심해지면 고민만 하다가

작업을 못 하기도 하고."




"그런데 '자신을 믿는다'는 것도

결국 불안이 있어서 하는 말

아닌가요?"




"그렇지. 진짜 믿음은

'믿는다'는 생각조차 없는 거야.



그냥 살아내는 행위 자체가

믿음인거지."




"그런데... 대가들도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을까요?"




"물론 대가도 그렇겠지만

거기에 매이는 게 아니라



그걸 지켜보며

본질을 궁구(窮究))하는 거겠지.



다시 말해 일반작가가

흔들리는 갈등 속에 있다면,



대가는

존재의 활로(活路)가

드러나길 기다리며.



'이 뭐꼬?'하는

물음을 놓지 않는 거랄까."




"네... 전에 광주비엔날레에서

요셉보이스가 칠판에 백묵으로



선하나 긋고

서명한 작품이 있었는데,



얼마나 믿음이

확고한지 기가 죽는걸

느꼈습니다.



나라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그의

선을 긋는 행위는

'바로 그것이

예술의 출발점'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야.



그도 인간이기에 다소의

불안이나 긴장이 왜 없었겠어?



다만 자기 신념과 믿음이 확고해

당당하고 흔들림이 없었겠지만,



일반작가라면 신념과

믿음이 약해 흔들렸겠지."




"네. 하지만 대가라면

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예술 철학도

깊어야 하겠죠?"




"물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낫겠지.



유식(有識)하다는 건

곧 생각이 많다는 뜻이기도 해서



예술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어.



사회에서는

무식(無識) 한 게

문제가 되겠지만



종교와 예술처럼

영적인 영역에서는



무식한 걸 일러 생각이 없어

'식(識)이 맑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생각이 많은 것보다 오히려

본질을 찌르는 힘이 강해 서지.



지식이나 경험은

생각에만 머물러서는

쓸모가 없는 거고,



지혜로 이어져

본질을 찔러 들어갈 힘이 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거야."




"공감이 됩니다."




"아무튼 예술은

오래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야.



내 생각에는 청소년 정도만

되어도 조형적인 감각은 이미

충분하다고 봐.



그리고 내면에

인간 역사 이래의 DNA가

있잖아.



그러니까 표현하고 싶은 대로

거침없이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면서 지혜도

열리게 될 거고,



창의적인 작품도 나올 테니

저절로 대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대가(大家)가

자기 '존재를 믿고 가는 사람'이라면



일반 작가는

'머리를 믿고 가는 사람'

이라고 할 수 있겠지."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존재에 대한 믿음이겠군요?"




"응. 주제나 개념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존재를 믿는 마음'이지.



진정한 믿음은

모르는 것을 믿고 해 보는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고 했는데,



믿으면 이해되고, 행하면

증득(證得)된다고 했으니까

되나 안 되나 해보라고.



세상의 발명과 창조도

결국 모르는 걸 믿고 해 보는 데서

나온 거니까."




"하지만 모르는 걸 믿고

행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이네요."




"당연히 쉽지 않지.

사람들은 늘 따져보고 확실한 걸

찾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따져서 나온

결과가 항상 좋은 건 아니었잖아?



그래서 남는 방법은 하나야.

의심 없이 믿고 해 보는 거지."




"따지지 말고 믿어본다..."




"그래. 따지지 않고

해보는 거야.



사실 지금껏 우리는

'분별하는 자기 자신'에게



끌려 다니며 정말 고달프게

살아왔잖아. 그러니 이제는 따지고

싶어 하는 자신을 그냥 내두고,




몰라서 두렵지만

한번 해 보는 거야.



그게 바로



'대가의 태도'



이지 않을까?.



누군가 그러더라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보며 살겠다고."




"....."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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