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비소통

예술, 무슨 물건인가?-24

by 에코




"전시를 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이 제 그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특히 현대미술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들

하는데,



사실 저도

제 작업에 대해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야.

원래 예술은 언어 이전에 존재하기에,

비소통을 생명으로 하는 거니까."




"하지만 작가들은

소통을 위해 작업을 한다고

말하고 있고,



더구나 요즘은

대중과의 교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그래서 관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시도도 많고요."




"그래. 하지만 예술은

본질적으로 은폐된 진리라서,



누구나 볼 수 있고

말할 수는 있지만 꿰뚫어

보지 못하는 거지.



이분법적인 분별로는

결코 그 실체를 알 수가 없어.



설령 안다고 해도

껍데기만 이해하는 거지.



<폴락>이라는

영화를 보면 잭슨폴락이



'예술은

무의식(無意識)에서 나온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재의식(現在意識)으로는

무의식을 명확하게 헤아릴 수

없는 거지.



그래서 너처럼

자신의 작품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거야.



작품을 설명 못한다고 해서

마음이 덜 담긴 것도 아니고,



마음이 온전히 담겼다고 해서

작품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거지."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럼 예술과의 소통은

불가능한 건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지."




"그럼 어떻게 가능한 거죠?"




"보통

우리가 말하는 소통은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이야.



이건 에고(ego),

즉 분별심에 기반한

현재의식이지.



하지만

또 다른 방식이 있어.



바로

'커뮤니언(communion)',

직관을 통한 소통인데,



정신적 혹은 영적인

소통이라고도 .



이건 의지로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되는 거야.



머리로 분석해서

이해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아는 거지.



'느낌(feeling)의 소통이랄까?



처음 보는 순간,

머리로 판단하기 전에 가슴으로

이해되는 느낌이 있잖아?



그게 바로 소통이지.



예를 들어,

처음 본 사람이 순간 왠지 모르게

찜찜한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상한 사람이었던 경험

있지 않나?"




"비슷한 경험이 있죠."




"그래. 그 찜찜한 느낌은

그냥 감정이 아니라

깊은 감응(感應)에서

온 거야.



이미 존재와 존재 사이에

직관적으로 소통이 있었던 거지."




"네. 이해되네요.

그렇다면 작품을 감상할 때도

머리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직관적인 느낌에 주위를

기울여야겠네요."




"그렇지.

사실 소통은 이미 첫 시선에서

이루진 거야.



그 느낌을 간과하고

머리로 판단하거나



상대의 언행을 쫒다 보니

엉뚱한 판단을 하는 거지."




"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형상이나 사물



혹은 경험을 통해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 사람이 뭔가를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하는 건



결국은 자기 기억 속의

이미지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거지.



작가는 형상을 통해

자신의 개념이나 내면을

표현하려 하지만,



사람들은 외형만 보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니까,



진짜 소통은 어려울

수밖에 없어."




"그럼 어떤 상태가 소통이

잘 된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대나 일에 대해

마음에 아무런 걸림이 없을 때가

소통이 잘된 거랄 수 있지.



예를 들어, 누군가를

떠올렸는데 투명하고 걸림이 없다면



이미 소통이

잘 되고 있는 사람이고,



뭔가 걸리는 이미지나

느낌이 있다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야.



그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얘기겠지.



마찬가지로,

작가가 자기 작품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통이

잘 된 거라 할 수 있지.



그 작품을 본 사람도

마음이 열려서 편안하면

역시 소통이 된 거고.



좋은 음악이나 그림에

감동해서 눈물이 나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지."




"네, 그럴 거 같네요.



결국 소통은 머리가 아니라

직관적 느낌이고,



몸과 마음에

걸림이 없고 좋으면 소통이

잘 된 거로군요."




"그래. 그리고 잊지 마.

소통이라고 하면,



타인과의

소통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 더 중요한 거야.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할 때가

자신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순간이지.



그렇게 된다면,

설령 그 작품을 사람들이

이해 못 한다 하더라도

흔들림이 없을 거야.



왜냐하면 자신과 소통을

이뤘다는 자존감이 회복되어

있어서지."




"그렇겠네요. 결국 자기와의

소통이 우선이군요."




"그렇고 말고.

자기 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주인인데



당연히 주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설령 남들이 못 알아준다 해도

이미 자신이 알고 있으니 그걸로

소명은 완성되는 거고.



눈이 밝은

사람은 결국 알아보게

될 거니까."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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