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화

예술, 무슨 물건인가?-28

by 에코




예술은 영원한

수수께끼지만,

인간성 회복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본래

자유스러운 존재다.



그러나 사회화과정에서 생긴

규범과 비교의식으로 인해



욕망, 감정, 생각을

억누르거나 숨기며

살아가게 된다.



그로 인해

마음속에는 결핍과 고통이

자리하게 되고,



점차

분열된 존재가 되어간다.



이에 예술은

결핍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장(場)이 된다.



예술은 인간을

충족된 존재로 회복시키는

유일무이한 통로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규범, 제도, 문화는

우리 내면에 자리한



'타자의 시선'이라는

단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생각에 휘둘리며



수많은 망상과 갈등을

일으키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이러한 내면의 분열은

어린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이후 사회와 접촉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정신분석가 자크 라깡은



인간의 정신 구조를

상상계-상징계-실재계로

나눈다.



그는 어린아이가

상상계에서 언어의 세계인



상징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보았다.



상상계는

미성숙한 단계이며,



상징계는

사회화가 이루어진

성인의 상태이다.



'철이 들었다'는 말은

곧 성인이 되었다는 뜻이며,



사회적 규범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정관념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안에 갇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독선에 빠지기 쉽다.




라깡은 싱징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승화는



진정한 승화가 아니라고 했다.



진정한 승화는

언어로는 포착될 수 없는,



결핍에 의해 움직이는

불안정하고 거친 날것의

무의식세계,



즉 실재계를 관통할 때

일어난다






예술에 있어서

상징계의 규범과 제도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예술은 본래

인간 본연의 자유를

회복하고자 하기에,



상징계의 틀을 깨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틀을 깨는 일은

극도의 두려움을 동반한다.



지금껏 삶의 안정을

보장해 주던 물질과 명예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에고의 죽음을 뜻하기에,

즉사필생(卽死必生)의

결단을 요구한다.



라깡은 이 지점에서

'죽음의 충동'을 말한다.



금기와 억압으로 인해

결핍된 무의식-



실재계를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들 때,



고통스럽지만

강렬하고 감동적인



희열(Jouissance)이

찾아온다.



라깡은 바로

이 희열이야말로




'진정한 승화'



라 했다.






고정관념의

틀을 깬 창의적인 작품.



그 안에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내면의식이 깃든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예술은 의식이 닫혀 있기에,



'뿌리 없는 식물'과

같다 할 것이다.



상징계를 넘어

진정한 승화를 이룬 작품은

대체적으로 낯설고 야생적이다.



그런 탓에,

내면이 열리지 않은

이들에게는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장계의 온실 속에서

만들어진 예술과 달리



상상계-상징계-실재계를

관통하여



진정한 자유에

도달하기 위한 험난한 노정의

흔적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실재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가

서로 충돌하고 뒤섞이며



끊임없이 긴장하는

불안전함 속에서 자라난다.



오히려 그 불안전함이

예술에게 건강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 구조는 마치 현실

세계와 닮아 있다.



현실은 상징계의

규범과 제도에 따라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규범과

제도를 비틀고 깨뜨리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로 가득한 '격동의 장'이다.



한마디로, 현실은

상상계-상징계-실재계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생명력이 꿈틀대는

현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이 삶의 무대야말로,



실은 '진정한 승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임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실존으로

살아가는



'꽃세상'



도달한 것이다.









화, 금 연재
이전 27화고통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