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미학

예술, 무슨 물건인가?-27

by 에코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모든 직업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고,



모든 일에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행복의 길 같아 보여도

그 길이 언제 가시밭길이

될지 알 수 없고,



가시밭길 같아 보여도

길 위에 꽃이 필 수도 있다.



그런 반복 속에서,

우리들은

무엇이 진짜 삶인가를 묻는다.



그 많은 길 중에서도,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하는 일이다.



예술가는 예술을 통해

자기완성을 목표로 한다.



그 길은

종교 수행자와 다르지 않다.



자기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자아를 완성해 가려는

여정은,



종교 수행자가 고독하게

자신과 싸우며 정신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길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예술'과 '종교'의
본질은 결국 하나다.


그러므로

예술가가 고통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정서적 위안, 그리고

자각의 기미(機微)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히

고통과 동행해야 한다.



자기 혁신과 창조를

위해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창작의 고통,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생존을 위한 고통,



이 것이 예술가의 일상이다.



예전에는

화가를 '환쟁이'라 부르며



직업으로조차 인정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자식이 화가가 되겠다고

하면 '빌어먹는다'고 말리는

부모들도 있었다.



요즘은 예술가를 특별하게

보거나 존경하는 시선도

늘어났지만,



정작 예술가가 직면하는

현실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대중들에게 있어,

예술 작품은 생계가



해결된 이후에야 비로소

찾게 되는 대상이다.



그래서 경기가 좋을 땐

가장 나중에 찾고,



경기가 나쁘면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것이 예술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



이상적일 수는 있겠으나,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다.



세상은 다중

우주처럼 다양하다.



예술성이 높을수록

비싸게 팔리는 문화권,



예술성은 뛰어나지만

팔리지 않는 문화권,



예술성보다

인지도나 대중성이

우선시 되는 문화권.



각 문화권은

나름의 이유로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



예술에 대한

안목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그에 근본적인 통찰이 필요하고

많이 보고 또 보아야 한다.



관객은

아는 만큼 본다.



그러므로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비로소 예술성에

눈을 뜬다.



이것은 예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예술은

사회의 제도, 규범,

그리고 미술사나 미학의



구각(舊殼)을 깨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이러한 시도를 담은 작품은

대중들에게 낯설고



어려워 보이기에

상업적으로 외면받기 쉽다.



예로부터

'음악이 격조가 높으면

듣는 이가 드물다'했듯,



예술의 길은

외롭고 고독하다.


.

그래도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예술은 고통을
원천으로 삼는다.



작품의 예술적

승화를 위한 자기 개혁과



혁신자체가

관성을 거슬러가는

고통의 길이다.



이중의 고통을 짊어진 채

화폭에 고통을 드러내고



한계 너머로 나아가

자신을 다시 구성하려는 의지는,



강렬한 에너지를

응축해 관객에게



깊은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진원지(震源地)가 된다.



그러므로

작가의 고통은,

창작의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무의식의

심연을 깨뜨려



현실에 뿌리내리는

'예술적 마그마'다.



내면의 결핍,

욕망, 감정의 파열,

생존의 절박함과 치열함이

맞닿는 순간,



예술은 관념이 아닌

,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잠든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무언의 울림'으로

오롯하게 탄생하는 것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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