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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킴 ㅣ kimkim Aug 02. 2024

익숙함을 떠나 낯선 곳으로

싱가포르 여행 1일 차

여행 낙서



여행 글


익숙함을 떠나 낯선 곳으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언젠가 쓰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공항 라운지 혜택이 있는 체크카드를 발급했다. 막연한 희망 사항이 현실이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침 일찍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라운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며 속으로 카드 혜택을 되새겼다. 인천공항에 있는 스카이 허브 라운지. 전원 실적 30만원 이상인 경우 연 2회까지 이용 가능. 라운지에 입장할 때 해당 카드를 제출.


[스카이 허브 라운지 - 임시휴업]


…이번 여행 진짜 왜 이래?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성큼 다가온 임시휴업 소식에 너무 허무했다. 이미 뭘 먹을지 열심히 상상도 다 하고 왔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근처에 있는 한식당에 들어갔다.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한식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갑작스럽게 먹게 된 김치찌개는 맛있었지만 조금 짰다. 왜 공항 김치찌개는 모두 약간씩 짠 걸까? 피곤한 사람들의 미각을 일깨우기 위해서? 밥을 더 먹게 하기 위해? (만약 이 이유라면 밥을 더 먹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 걸까) 실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 탑승 시간이었다.


 오후 한 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여섯 시간 비행해 현지 시각 일곱 시쯤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할 일을 조금 하다가 자고 일어나니 바로 싱가포르였다.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입국 수속을 마친 뒤 수하물을 찾았다. 근처에 버거킹 매장이 있어 그곳에서 와퍼 세트를 먹었다. 김치찌개부터 햄버거까지, 연속으로 익숙한 음식을 먹으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저녁을 먹은 뒤 그랩(Grab, 한국의 카카오T 같은 앱)으로 차를 불러 리틀 인디아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저녁 늦게 도착한 숙소는 스페이스팟@라벤더(Spacepod@lavender)라는 곳이었는데 숙소 입구가 작고 계단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입구를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열심히 캐리어를 들고 올라간 숙소는 생각보다 열악했다. 리셉션에는 사람이 없고 카드키만 놓여 있어 여러 가지 카드키 중 우리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카드키를 찾고 방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공용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남자 여럿이 담배를 피우면서(여긴 실내인데...?) 술을 마시고 있어 무서웠다. 야. 눈 마주치지 마. 빨리 문 열어.


 후다닥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부스럭거리는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아니 이게… 침대는 사진이랑 똑같은데 침대를 제외한 모든 곳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잖아! 위생 상태를 알 수 없는 침대와 낯선 사람들, 방 바깥에 위치한 주방과 화장실까지. 나에게 실시간으로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뭐니 뭐니 해도 화장실이었는데…


“와 화장실 봤어? 샤워기가 변기 바로 앞에 있어.”

“아니 저기서 어떻게 씻으라는 거야?”

“난 내일 숙소 이동하면 거기서 씻을래. 저건 아니지!!”


 난생처음 보는 구조의 화장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가 왜 이 숙소를 예약했지? 분명 아고다 평점은 괜찮았었는데. 위생에 예민한 J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졌고 우리의 분위기도 숙연해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예상치 못한 숙소의 상태도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이 주는 설렘을 막지 못했다. 내일 이동할 새로운 숙소와 앞으로 갈 다양한 식당, 쇼핑몰들을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행 첫날부터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페이스팟@라벤더는 사이트별 평점 차이가 큰 곳이었다. 이런 후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싱가포르 여행 첫날은 여러모로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지만 덕분에 숙소 고르는 눈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가격이 싼 숙소를 구할수록 평점과 후기를 자세하게 확인하자. 우리의 안전과 멘탈을 위해서라도.


[숙소 예매 tip]

여러 앱을 활용해 후기를 교차 확인한다.

아고다 – 부킹 닷컴, 트리플 후기 확인

애어비앤비 – 구글맵에 이름을 검색해 후기 확인

(가장 좋은 것은 네이버 블로그 후기!)

후기가 최소 10개 이상 있는 숙소를 우선순위에 둔다.

평점이 일정한지 확인한다.

평점 낮은 순 정렬을 읽어보며 타협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

흡연실 여부, 건물 노후화, 보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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