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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킴 ㅣ kimkim Aug 03. 2024

후기로 육수를 우리는 식당

싱가포르 여행 2일 차

여행 낙서



여행 글


후기로 육수를 우리는 식당

 김치찌개와 버거킹 와퍼 세트, 익숙한 맛으로 시작한 여행 1일 차를 지나 본격적으로 맛집을 탐방하는 여행 2일 차의 날이 밝았다. 아찔한 첫만남을 선사했던 스페이스팟@라벤더에서 나와 원래 여행 첫날 가려 했지만 일정이 밀린 원 패러 호텔(One farrer hotel)에 도착했다. 이곳은 5성급 호텔로 그동안 모아왔던 여행 자금의 상당 부분을 털어 예약한 곳이었다. 한국에서도 가성비 호텔로 유명한 곳 답게 깨끗하고 쾌적했다. 


“하… 행복하다.”


 다시 미소를 되찾은 J와 함께 짐을 푼 뒤 숙소 근처에 있는 무스타파 센터(Mustafa centre)에 갔다. 무스타파 센터는 우리나라의 홈플러스 같은 곳이었는데 규모가 엄청났다. 하지만 그 규모만큼 사람도 많아 마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가볍게 둘러보기만 하는데도 기운이 쭉 빠져 급하게 근처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에 앉아 신기하게 생긴 차를 마시며 숨을 돌리다 보니 어느덧 오늘의 메인,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가 2일 차 저녁 식사 장소로 선택한 곳은 스위춘 딤섬 레스토랑(Sweechoon timsum restaurant)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맛집을 좋아하는 J가 찾아온 곳이었다. 여행 준비를 하며 싱가포르는 날씨가 덥고 호커 센터(Hawker center, 음식 노점상들이 모여있는 야외 푸드코트)가 많아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거기에 써진 것처럼 스위춘 딤섬 레스토랑을 가는 길에도 여러 호커 센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변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 도착한 스위춘은 빨간 간판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브레이크 타임 이후 오후 여섯 시부터 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는데 다섯 시 오십 분부터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일찍 도착해 빠르게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조금만 늦었으면 오랫동안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게에 들어가 종이 메뉴판을 받은 뒤 QR코드를 통해 음식을 시켰다.


“여기 왜 이렇게 선택지가 많아?”

“스위춘 딤섬 레스토랑이잖아. 딤섬 먹자 딤섬!”

“다른 사람들은 뭐 먹고 있어?”


 메뉴판을 열자마자 끝없이 펼쳐지는 음식 사진들에 살짝 기세가 눌렸지만 배고픈 사람들의 의지로 빠르게 주문을 마쳤다. 회전율이 높은 식당 답게 음식은 바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초반 스타트는 하가우와 샤오롱바오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딤섬을 후후 불다가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만두들은 다 가짜였구나. 입안에서 육즙이 터지는 게 생생히 느껴졌다.


 이후 차례대로 나오는 빅바오, 새우볶음밥, 칠리오일 완탕까지… 거를 것 없는 맛의 향연이었다. 모든 음식에 영혼이 있었는데 여기서 영혼이 있는 음식이란 육체적 포만감을 넘어 정신적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뜻한다. 말이 필요 없는 음식들과 살짝 물릴 때쯤 번갈아서 먹으면 좋은 간장 생강소스, 칠리소스까지. 맛의 균형이 완벽한 식사였다.


“스위춘 딤섬 레스토랑 가고 싶다.”

“거기가 진짜 레전드였지.”


 그리고 이날의 기억은 아직도 싱가포르 여행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아마 십 년이 지나도 우리는 이날의 맛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다시 스위춘 딤섬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



[스위춘 딤섬 레스토랑 추천 메뉴]


101.Swee choon signature big bao (box of 4) (SGD 11.6 = 약 12,000원)

고기 찐빵 같은 느낌. 빵 안에 안에 달고 짠 고기가 들어있다. M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107.Har gow (6 pieces) (SGD 13.5 = 약 14,000원)

고기가 이렇게 맛있는데 새우까지 맛있으면 반칙 아닐까. 새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먹었으면 하는 음식. J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우가 탱글탱글하다 못해 입안에서 터지는 듯한 식감이다.


251. Shanghai XAIO LONG BAO (box of 8) (SGD 13.6 = 약 14,000원)

한 입 베어물면 입안에서 육즙이 흘러 넘친다, 꼭 간장+생강과 함께 먹자. 기본은 언제나 옳다.


253.Sichuan Chilli Oil Wanton (box of 8) (SGD 13.6 = 약 14,000원)

한국인들이 좋아할 맛, 간장 베이스에 채썬 고추가 있어서 짭짤하면서도 알싸한 매운맛이 난다. 은근히 기름기가 있는데 느끼하지는 않고 소스에 밥 비벼먹고 싶어짐. 자극적인 맛!


455.Shrimp fried rice (SGD 9.1 = 약 9,000원)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정말 맛있는 중국집 볶음밥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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