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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꼬막 Jun 26. 2022

미라클 그 뭐시기 나도 해봤는데

일단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미라클임

#김꼬막툰_4화

< 미라클 그 뭐시기 나도 해봤는데 >






















































우리 아빠의 명언이 두 가지 있다.


"잠은 죽어서 자는 거다."

"누워 있는 것은 죽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아부지.. 둘 다 난데요..?

우리 집안 큰딸래미의 육신 상태가

혹시 주검인가요..


아빠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잘 때 빼고는 눕지도 않고, 꾸벅꾸벅 졸더라도 앉아서 눈꺼풀과 싸우다가 이내 곧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사람이다. 낮잠 자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아니 정말.. 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 새벽 4, 5시면 기상하는 아빠와 달리 나는 알람 없으면 무한으로 잘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다. 대학생 때는 며칠 밤새고 들어와서 26시간을 내리 잔 적이 있을 정도다. 중간중간 쉬가 마려워 깼던 것 같은데 밥은 먹었는지 어쨌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동생 말로는 죽은 줄 알았다고, 진짜 한심하기 그지없었다고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동생도 크게 다르지 않음)


작년부터 미라클 모닝인지 뭐시긴지가 유행이라기에 우리 부부도 한 번 실천해보기로 했다. 일부러 테니스 수업을 이른 오전 타임으로 잡아놓고, 운동 전후로 좀 걸을 수 있도록 학원 위치도 집에서 애매한 거리(4km 정도)로 찾아놨다. 오전 10시에 수업이 끝나면 근처 키토 김밥집에서 가볍게 아점을 먹고 카페에 들러 아아를 테이크아웃해온 뒤 집에 천천히 들어와도 평소 나의 기상시간보다 이르더라.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시간을 더 번 느낌이었다.

아아, 너무 뿌듯하구나.

이래서 미라클 모닝을 하는 거구나!


그런데, 이렇게 내리 2-3주 정도를 하고는 때려쳤다. 변하지 않는 것은(이라기보다 돈과 신뢰가 얽힌 문제라 쉽게 내 맘대로 할 수 없었던) 오전 9시의 테니스 약속뿐.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낮잠을 잤고, 한바탕 자고 일어나서는 평소처럼 밤늦게까지 사부작사부작할 일을 하다가 새벽에 잠드는 패턴을 찾아버린 것이다. 미라클 모닝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아침 시간 확보가 아닌, '나는 확실하게 아침형 인간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뿐이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습관 뭐시기 류의 자기 계발서에서는 대개 아침 시간을 알차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본인만의 건강한 루틴이 있으면 그것이 아침이든 밤이든 난 상관없다고 본다. 통상적인 사회생활과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면 최소한 점심형 인간인 척이라도 해야 하지만 나는 확실한 저녁형 인간임이 틀림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위의 그림을 그렸던 작년도 모두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어난 것들이니까. 저녁형 인간으로 살면서 감내해야 할 유일한 것은 아침형 인간의 으스댐이 아닐까 싶다.


아 그런데 내일 출근이지.

일단은 자야겠다.






© 김꼬막

인스타그램 @kim.kkom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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