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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교사 김콩콩이 Nov 03. 2024

나 홀로 아침 런닝

새로운 취미

 요새 들어 런닝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런닝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며 런닝 크루도 심심치 않게 생겼지만 나는 누군가를 동무삼아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리는 것보다는 홀로 달리는 걸 선호한다. 함께 달릴 사람이 있다면 신나긴 하겠지만, 초보 러너로서 함께 뛰는 사람들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현재로써는 내가 천천히 걷고 싶을 때는 천천히 걷고 에너지가 넘칠 때는 마구 달리고 싶다.  이것 말고도 런닝 정기 모임 시간이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정기적으로 비워두어야 하는 요일과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에 부담이 느껴진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에어팟을 꽂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동료 남아 홀로 달렸다.

 

 달리는 시간은 주로 아침이다. 아침에 달리고 집에 들어와 간단한 샤워를 하면, 오늘 하루를 작은 성취와 함께 시작한다는 행복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슬슬 노화 예방에 신경쓰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이기에 자외선을 직접적으로 쬐고 싶지는 않아 해가 뜨기 직전의 이른 아침에 달리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은 해 뜨는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오전 6시 30분 전후로 달리기 시작하면 런닝을 마치고 집에 들어올 즈음 해가 떠서 달리기 딱 좋다. 달리는 장소는 주로 집 앞 공원인데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지역은 신도시라 그런지 공원 조성이 무척이나 체계적으로 되어있다. 집 앞 공원은 길게 이어져 다른 동네로까지 넘어가고, 공원이 길게 이어져 있으니 달리는 흐름이 끊기지 않아 만족스럽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앞 공원으로 나와 슬슬 달릴 채비를 하면 나처럼 하루를 달리기로 시작하려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런닝 크루들도 보이고,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걷다가 뛰는 부부들도 마주칠 수 있다. 달리는 데 진심이라는 듯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수건을 두른 채 열정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며, 가벼운 조깅으로 졸린 몸을 깨우고 있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나도 그들 사이에 살포시 끼어 하루를 달리기로 시작한다.


 홀로 달려서 그런지, 달리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면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곤 한다. 답답했던 일들을 떠올리다가 그 때 느꼈던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다리로 해소하듯 전력질주한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송글송글 등에 땀이 맺힐 때 호흡에 집중하느라 답답했던 일들은 잠시 나를 떠난다. 숨이 차 더이상 달리기 힘들면 해가 슬슬 뜨는 시간에만 감상할 수 있는 옅은 오렌지빛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에어팟에서 흘러오는 노래 가사를 마음 속으로 따라 부르기도 한다. 걷다가 슬슬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오고 주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질주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으면 천천히 걸어가며 모아두었던 에너지를 이용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 걷기를 반복하는 게 루틴의 전부다. 어떤 운동보다도 단순하면서 명쾌하다.


 오늘 헬스장이 문을 닫아 아침 런닝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운동 후의 성취감에서부터 비롯되는 도파민은 짜릿했다. 유튜브 숏츠, 패스트푸드로부터 얻는 도파민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건강하고, 깨끗한 종류의 도파민이었다. 이 성취감을 계속 맛보고 싶기에 나는 내일도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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