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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건우 Apr 04. 2022

누가 누가 꼰대일까?

① 꼰대스러움에 대한 고찰- 성실함은 어느새 왜 안힙(un-hip)해졌나

그런 이야기 들어봤는가? 저녁약속 있다고 말하고 당당하게 상사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하는 MZ세대. 뒷따르는 사무실에서의 뒷담. 꼰대라는 단어가 사자 어금니만큼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앞에서는 뭐라 못하지만, 뒤에서는 여전히 본인이 겪어왔던 시절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뒷담화가 움트는 이유다.

예전에는 PD가 사무실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있는 시간이 곧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했었다고 한다. 엉덩이 무거운 이들이 시청률 제조기라는 칭호를 얻던 시간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러한가? 많은 이들이 일이 아닌 취미의 시간을 보내며 전력투구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한다. 범람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며 인풋을 쌓는다. 인스타든 커뮤든 들여다보면서 트렌드의 실루엣이라도 만져보려고 기웃댄다. 무작정 팀원들을 붙잡아놓는 것보다 이런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시키는 데 득이 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는 무조건적 성실함과 노력을 '힙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엉덩이가 무거운 이들, 발품 팔고 끝까지 준비하는 젊은 세대는 역설적으로 눈에 띈다. 실제로 결과물도 성과도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팀 전체가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시간에 누군가 집에 가버린다면, 서로 공유하는 내용의 차이가 생긴다. 커뮤니케이션이 더뎌질 수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형식의 방송 제작 같은 경우에 팀 전체가 몰입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성실함을 제1가치로 요구하는 꼰대스러움. 그에 대한 양가적인 생각들에 휩싸여 문득 이런 고민이 들었다. 나는 꼰대일까.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세대가 다른 이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차이가 날 수 있어서다. 다만 꼰대임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합리화 없이 상대방과 소통하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방향을 타협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아예 상대의 기준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면서 상대의 기준에 맞출 수도 있겠다. 조연출을 탈출해 연출로서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면, 세대도 젠더도 배경도 다른 이들과 함께 소통해야 한다. 자신의 기준이 낡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확인해야 할테다. 참 피곤한 일이겠지만, 필요한 일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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