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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Nov 15. 2022

해외생활 한국 엄마들(통칭 해외동포)의 쌩까기

웰컴 투 더 정글

한국 엄마들의 쌩까기

어제 아이 학원 라이드를 갔다.

앞전 클래스에 한국 엄마들 여럿이 있는데,

그중 한 명과 인사를 하는 사이이다.

타이밍을 놓쳐 인사를 못했다.

끝까지 날 봤는지 못 봤는지 뒤를 돌아보지만 정확히 나를 보진 않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난 허공에 대고 인사했다.

나머지는 원래 쌩깐다.

처음부터 그랬고 계속 그렇다.

인사를 하려고 봐도 못 본 척한다.

익숙하다.

이런 일들.

그들에게는 내가 필요 없고 관심 밖이라는 것도 안다. 처음엔 나도 인사라도 하려 했으나, 못 본 척하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모른 척하게 됐다. 그들도 나에게 그러하다. 그들은 그저 나에게 한 ‘무리’로서 인식된다.


괜찮다던 주재원

이곳 해외에 파견 오자마자 남편이 밀접하게 같이 일하는 기관 주재원(여자)이 좋은 사람이라며, 내가 친구 할 수 있을 거라 얘기했다. 자리를 마련해보겠다 했다.


여기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주재원의 와이프(드물게 새로운 사람을 환영한 유일무이한 인물)를 만나게 되었는데, 남편이 언급한 그 주재원이 매우 괜찮은 사람이라며 자기 친구라고 했다.


나는 두 명의 후기를 듣고 철석같이 그런 줄 알고 가족끼리 식사를 했다. 그 주재원은 해외생활을 학창 시절부터 일찍 시작해서 나와 비슷할 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내게 개인적인 관심이 1도 없었다. 친분을 쌓아보려는 나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마치 그 식사 시간이 내 남편이 마련한 자리라서 나욌을 뿐 그 사람에겐 어쩔 수 없이 시간 때우기 용처럼 느껴졌다.

두 명이 괜찮다 하던 사람이 내게는 왜 그렇게 벽 같이 느껴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국 내가 추측해본 아래 두 가지 이유는 하나로 귀결되는데,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첫째, 이곳 파견지에서의 기한이 끝나간다. 주재원들에게 이건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대게는 더 이상 끝날 새로운 관계를 애써 만들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새로운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퍼주고 알려주고 이미 정착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이득이 없는 이상 귀찮은 관계일 수밖에 없다.


둘째, 이미 형성된 그룹이 있어서, 새로운 사람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마음 둘 곳, 마음 나눌 친구 혹은 적어도 어울릴 사람들은 있어서 새로 도착한 주재원의 와이프(Fresh of the Boat: FOB) 정착 따위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이곳을 뜨면 두 번 안 볼 사람과 친분 형성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다른 주재원 와이프가 괜찮다고 이 사람을 판단했을 때, 이 사람을 만난 시점이 나와는 달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는 정착을 위한 사람이 필요했겠거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친분 형성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했겠지…


그래서 그 집과는 그날 한 번의 외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그 전에도 아이가 다니는 한글학교에서 처음 통성명을 했을 때, 남편한테 이렇게 얘기했다. 남편이 설명한 것과 달리 전혀 친절하지도 않고, 전혀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남편은 내게 그랬다. 그날 아침에 남편이랑 싸워서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실제로 남편과 맨날 싸우는 것 같긴 했지만 어찌 됐건 오자마자 내가 맞닥뜨린 이 주재원은 내게 주재원의 와이프 생활이 어찌 될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그 사람은 내게 그다지 중요한 존재는 아니어서 거의 잊고 있었는데 해외동포 텃새를 떠올리다 보니 이 에피소드가 기억이 났다.


주재원의 와이프는 동물의 왕국에 와 있다.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히 갈리는 해외생활의 한가운데.

웰컴 투 더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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