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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Nov 19. 2022

해외생활 : 결이 맞는 사람 찾기

윌리를 찾아라!

어제 여기서 알고 지내는 한국 언니와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곳에서의 답 없는 인간관계에 관한 서로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리 속이 점점 정리가 되어갔다.


우리는 대부분 같은 결의 사람과 결국에 어울리는데 (물론 예외가 있다. 이 곳처럼 한국인 풀이 특히나 작은 해외라는 특수환경), 나의 경우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어울릴 사람을 선택함에 있어 직관에 의존한다.

이는 그 사람과 나눈 대화도 있지만, 눈빛(무엇보다 눈빛!), 느낌, 아우라 등 비 언어적인 메세지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갖고 그 사람에 대한 총체적인 스크리닝을 몇 초 안에 마치게 된다. 우리가 향후 친구가 될 것인지 아닐 것인지의 여부…


하지만 주재원의 해외파견은 매 번 새로운 환경에 주재원의 아내를 던져놓는다. 해외라는 환경은, 고국에 있는 확대 가족에게서, 친구들에게서, 때로는 직장에서 그리고 모든 익숙한 물리적 환경에서부터 고립되어 외딴 곳에 던져지는 것을 의미한다.

주재원의 아내는 새로 0부터 생활적인 부분, 인간관계적인 부분 등 모든 것을 재정비해야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학교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부대껴야 하는 아이와 직장이라는 곳이 있는 남편과는 다른 입장이다.


생활적인 부분은 시간이 가면 자연스레 익혀지지만 시간이 가도 잘 안 되거나 운이 안 좋으면 잘 안 되는 영역은 인간관계 영역이다.


새로운 곳에 가면, 종종 그 동안의 정서적 지지대가 모두 사라져 외로움이 자리잡으면서 인간을 만날 때 발휘되는 직관력을 거추장스럽다며 애써 멀리 치워버린다. 그렇게 나는 외로움에 사로잡혀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험을 이 곳에 와서 한 적이 있다. 그 경험은 나를 근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갉아먹고 거의 무너뜨렸다.


외로움.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우리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갖고 태어난다. 이는 나와 같이 절대 사랑의 존재이자 무한한 존재인 하느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신앙의 논리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를 설계하실 때 오직 완전하고 사랑이신 그 분 안에 쉴 때에만 그 근원적인 외로움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게 설계하셨기 때문이리라. 고로 어떠한 인간도, 부모, 친구, 심지어 남편 아내,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는 자식도 우리의 외로운 마음을 온전히 채워줄 수는 없다. 유한한 존재인 사람. 그 누군가에게 바랄 때 실망하고 마음이 다칠 뿐이다. 우리는 유한한 인간이기 때문에…


나는 외로움에 눈이 가려, 나의 직관을 무시하고, 나와 결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케어하고 마음 곁을 내어준 댓가로 크게 상처를 입었다. 이건 스스로에게 그렇게 상처받게끔 허락한 나의 탓이 큰 걸 알고 있다. 받을 필요가 없었던 상처였다. 나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말았어야했다.


이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나름 사람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 자부해왔다. 눈빛만 보면 이제 대략 나와 결이 맞는지 안 맞는지 감이 온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시스템이 오작동 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새로 파견 온 해외였다. 심지어 이 곳엔 친구 후보자도 몇몇 없었다. 오랫 시간 정착해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 닫혀있는, 나이 또래가 아닌 교민 언니들 빼고는 한국 사람이라고는 끽 해봤자 주재원의 아내 몇 몇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애써 나의 직관을 무시하고 오작동을 ‘선택’한 것이다. 나의 무의식은 알고 있었다.


주재원의 아내는 새로운 곳에 파견될 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면서 그 동안 해묵었던 많은 내면의 상처들을 대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운 시간은 자신을 평생 묶어온 많은 사슬들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곳에서 인간관계는 굳이 애쓸 필요가 없으며, 시간이 가면 결이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곁에 머물게 되고 그래서 굳이 내게 안 맞는 구두에 발을 구겨넣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게 발에 맞는 구두를 만날 때에만 비로소 그 사람과 더 알아가고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해서 어쩌면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관계들은 모두 거리두기를 통해 안전거리 확보가 우선이다.


닳고 닳아서 사람에게 더 이상 희망을 두지 않고, 인간에게 관심 조차 없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안전거리 확보와 직관에 의지하는 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외롭다는 이유로 섣불리 해외동포에게 마음을 열었다간 다치기가 십상이다. 윌리는 눈을 크게 뜨고 샅샅이 집중해서 봐야 잘 찾을 수 있다. 윌리를 찾고 있는 주재원의 아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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