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네.
유난히도 추웠던 2014년 12월 겨울날
아침 출근길
눈이 너무 많이 내렸다.
직장이 멀리 있는 사람들은 걱정으로 시작했던 하루였고,
직장이 걸음으로 십 분 거리에 있던 나는 흥분으로 시작했던 하루였다.
내가 살던 고향 울산은 워낙 눈이 안 오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풍경을 볼 때면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출근길을 나섰다.
카톡에서는 멀리서 오는 동료들이 출근을 못하면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지만,
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카메라만 달랑 들고선 집을 나섰다.
출근을 걱정하는 동료들의 고민도
어제까지 고민하던 나의 짐들도
그날 아침 나에겐 없었다.
모든 게
하얀 눈처럼 녹아내렸다.
아침의 출근길이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있었나.
첫 출근하던 날을 제외하고
첫 월급날을 제외하고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길을 걷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 남자를 봤다.
40대 후반처럼 보이는 아저씨였다.
그는 나보다 조금 앞에서 걷고 있었고,
나는 그가 남긴 발자국 위를 밟으며 걷고 있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흘린 빵조각 같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전혀 멋스럽지 않았지만,
꼿꼿이 서서 사진 찍는 그의 모습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정직해 보였다고 해야 하나?
참 깔끔하고 담백했다.
마치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듯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시선도 참 담백했을 것 같다.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향하는 이 길을 출근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렇지만 출근길이 이렇게 즐겁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유난히도 추웠던 2014년 12월 겨울날
유난히도 즐겁던 2014년 12월 출근길
2015년 9월 출근길
터벅 터벅 걸어가는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어제와 또 다른 일상의 풍경
무거웠던 발걸음이 또 한결 가벼워진다.
학교에 가기 싫어 방황하는 학생들의 등굣길
회사에 가기 싫어 방황하는 직장인의 출근길
그렇지만
때론 그 방황이 즐거운 삼십 대 직장인 K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