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엄마.txt

내가 사랑한 엄마

by 감성호랑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가족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한 2박 3일

세상에서 가장 편안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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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삼대가 모여 여행을 떠났다.


사람들은 장하다며, 대단하다며 나에게 칭찬을 해주었지만,

나는 사실 하나도 공감되지 않았다.


그 당시 일에 지쳐있었던 나에게 엄마와 할머니는

존재 자체로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를 위한 여행에 두 분이 함께해주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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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할머니에게 여행 이야기를 꺼냈을 때,

할머니는 고민하지도 않고 좋다고 말씀하셨다.


당뇨도 있고 연세가 있으시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나 혼자만의 쓸데없는 기우였나 보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나보다도 힘찼고, 들떠있었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할머니가 여행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출발하는 날까지 아침에 일어나면 달력을 먼저 보셨다고 한다.

하루하루 달력에 있는 날짜를 세며

여행을 기다리셨다고 한다.


손자 이름과 딸 이름을 달력 한켠에 적어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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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로 바라본 할머니의 모습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피부의 주름과 검버섯이 카메라에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


나중에 인화한 사진을 본 할머니는 '2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만약 사진처럼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만 있다면

깨끗하게 지워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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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넷째 중 맏이로 태어나

고생도 많이 하셨고, 항상 동생들에게 양보하며 사셨다.


엄마는 애교가 많으신 편은 아니었지만

잘 웃으시고 누구에게나 친절하셨다.


엄마는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을 잘해주셨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혼을 내셨다.


내가 본 엄마는

참 어른스럽고 든든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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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마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딸이라는 사실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행기간 동안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보단 딸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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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짧았고,

시간은 빨랐다.


출발할 때의 설렘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여행은 끝이 났다.


나도 아쉬워했고,

엄마도 아쉬워했고,

특히 할머니가 너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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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이었지만

3일을 이렇게 온전히 함께 보낸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뜰 때도 걱정이 없었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도 고민이 없었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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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새벽기차로 강원도로 떠나셨고,

친구들과 태백산을 오르셨다.

우리 할머니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나보다 좋으셨다.


엄마는 몸살이 나서 찜질방에서 하루 종일 푹 지지고 나오시더니 기력을 찾으셨고,

그제야 아빠에게 여행 자랑을 하셨다.

아빠는 다음엔 자기도 데려가라고 했지만, 사실 집에서 혼자 편히 쉬는 게 더 좋다고 하신다.


나는 여행을 다녀온 후 함께 찍었던 사진을 인화했고,

여행사진 속 엄마와 할머니를 보며

언제고 항상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할머니에게 전화가 오면 항상 똑같은 소리를 하신다.

"다음 여행은 언제 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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