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txt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날

by 감성호랑이




비가 내렸다.

보슬보슬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차분한 마음도 들었고,

차가운 바람도 불었다.







모든 땅이 촉촉이 젖은 후에야

비가 그쳤다.


땅에는 물이 고였고,

하늘에는 해가 돋았다.







해가 떠올랐다.

여느 때처럼 해가 떴다.


비 온 뒤 맑은 날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구닥다리 경운기에 올라타

마을 어귀를 돌며 맞은 바람처럼







길을 걷다 무심코

예쁜 들꽃들을 만날 때처럼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107번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처럼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


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만큼이나

시간이 참 빨리 간다.


그래서

하루도 참 빨리 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갈 무렵

찾아온 저녁은

나에게 말한다.


"자,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어느덧 하루가 지났다.

시간이 자꾸만 빠르게만 간다.


그렇게 기분이 막 좋지도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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