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현재진행형
외갓집에 놀러 가면 할머니가 사주시던
빨간오뎅
나는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떠나는 날
길 위에서 온종일 빨간오뎅을 떠올렸다.
할머니 손잡고 시장을 거닐며 먹었던
빨간오뎅은 맛도 있었지만
그 순간 자체가 너무 좋았다.
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구경거리가 가득했다.
대야에서 꿈틀거리던 미꾸라지들
떨이를 외치던 양말가게 아저씨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방앗간에서 나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다.
사실 어묵이 맞는 말이지만,
오뎅이란 단어가 더 입에 붙는다.
할머니는 젓가락을 와라바시라고 불렀고,
손톱깎이를 스메기리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너무 낯선 단어들이었다.
이게 일본어 인지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낯선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셨다.
나에게는 낯선 단어들은 일본어라기 보다는
할머니만의 언어였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어른이 된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간혹 식당에서 와라바시를 찾곤 한다.
잘못된 단어를 고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나,
추억을 바꾼다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따뜻한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
오후의 햇살처럼
아름다운 사람
자세히 보아도 예쁘고
대충 보아도 예쁜 사람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할 사람
'커피가 식듯이 사랑도 식을까?'라는 질문에
'식은 커피를 마셔도 가슴은 뛴다.'는 그녀.
뜨거운 것만이 사랑이 아니고,
차가운 것도 사랑임을 알려준 사람.
맛있는 것은 식어도 맛있다.
맛없는 것은 금방 먹어도 맛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