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txt

오래된 것들은 아름답다.

by 감성호랑이




오래된 것들에 대해서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물건에는 누군가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가끔 TV쇼 진품명품을 보면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 많이 나온다. 할머니가 결혼할 때 받은 물건을 엄마가 이어받았고, 그 물건을 의뢰인이 다시 이어받아서 나온 적이 있었다. 감정사들이 봤을 때는 물건의 가치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감정가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해당 물건에 높은 가격을 책정했던 패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의뢰인은 앞으로 자신의 딸이 결혼할 때도 이 물건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의뢰인은 높은 가격을 책정받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이 물건에 묻어있는 추억을 전하러 나온 듯 보였다.


그제야 나도 그 물건을 다시 보게 되었다. 손때가 가득 묻은 표면과 브라운관 너머로 전해지는 나무향. 그리고 빛바랜 자개 조각은 참 정겨웠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친밀감도 들었다.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가는 이 물건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앞으로 몇십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남아 흘러간 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새로 산 물건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낡아진다. 그리고 새것을 살 때 두근거림도 언젠가는 멈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것은 낡아가고, 어느새 나에게 익숙해진다. 나는 유독 그 낡음이 주는 익숙함이 좋다. 그래서인지 집에는 자꾸만 물건이 쌓여만 간다.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이다.

프레임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먼지들, 약간 벗겨지고 흠집 난 본체가 주는 익숙함이 좋다. 사람의 손때가 묻은 셔터를 누를 때면 필름에 담기는 것이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담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이 좋아서 찍었다면, 지금은 추억을 남기고파 사진을 찍는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부담 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고, 찍은 즉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잘못 나온 사진이 있다면 즉시 사진을 삭제할 수도 있고 편집할 수도 있다. 정말 편리하고 멋진 제품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비해서 필름 카메라는 24장 또는 36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으며,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면 인화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간혹 필름이 타 버리거나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 고생하며 찍은 사진을 전부 날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설지 않아서다.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담은 순간이 인화되어 나올 때, 필름이 주는 감성은 참으로 따뜻하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필름 사진이 너무 좋다. 그 익숙함이 정말 좋다.







낡은 것에는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낡은 것에는 누군가의 추억과 과거가 담겨 있다.


낡은 것에는 당신도 있고 나도 있다.








나는 구닥다리가 참 좋다.

그래도 양말은 새양말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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