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십오년.txt

이렇게 한해가 흐르고

by 감성호랑이




#1 그해 봄












그해 봄,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 않아

유난히도 추웠던 삼월







차가운 바람이 그치고

잔잔해지더니


어느새 다가온 사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니

오월











싱그런 봄비와 함께 다가온

유월


촉촉이 젖은 대지에서

초여름 냄새가 난다





#2 그해 여름








파란 하늘과 함께 온 칠월


따뜻했던 햇살이

조금씩 뜨거워진다


선선했던 바람이

조금씩 뜨거워진다


여름이다







뜨거운 날들의 연속

팔월


그치만 덥다고 실내에만 있기에는 아쉬운 여름


쉴세 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조금 귀찮지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 좋게 살갗을 스친다







여름의 끝자락에 핀 해바라기는

다가올 가을을 기다린다


땅에 내려온 태양 탓인지

하늘이 좀 더 높아지더니


산너머 저 멀리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3 그해 가을




하늘이 참 높다

기분이 참 좋다


적당히 따뜻한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더위지만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알 수 있는

구월















찬란한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아름다운 햇살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기도 잠시,

노랗게 물든 낙엽이 질 무렵이면


괜스레 마음 한켠이 아리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서인지

가슴이 시려온다







십일월,

떠나가는 가을이

참 아쉽다





#4 그해 겨울








추운 겨울과 함께

십이월이 왔다


가을날 찾아온 가슴 시림이 더 깊어지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가슴이 시원해진다


새하얀 눈 때문일까

걱정과 고민이 사라진다












청렴과 절조를 의미하는 동백은

새하얀 눈들 사이로 붉은 몸을 지킨다


아무리 차가운 눈이라도

동백의 붉음을 녹이지 못한다







새하애진 가슴에

찾아온 붉은 동백은


차가운 겨울을

따스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왜 시간은 항상 앞으로만 향하는 걸까?

가끔은 쉬었다가 가도 좋을 텐데 말이다


무작정 흘러가는 시간 속에

붉음을 잃지 않는 동백처럼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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