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주는 따스함
어느덧 3월 중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오후1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의 마법에 걸리는 시기가 다가왔다. 요즘에는 커피 없이 도저히 오후 시간을 버틸 수 없다. 내려오는 눈꺼풀을 조금이라도 막아내려면 믹스커피 한 사발을 입에 탈탈 털어 넣어야 한다. 그렇게 커피를 마신다고 졸음을 다 막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커피 한 모금을 입안 가득 넣은 채 졸았던 적도 있었다. 졸다가 깨니 입가엔 달달한 커피가 침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몸이 나른나른하고 기분은 싱숭생숭한걸 보니 정말 봄인 가 보다. 봄에는 예쁜 꽃들이 거리 곳곳에 피어서 꽃내음이 가득하다. 꽃이 피기 전 봉우리가 가지에 앉았을 때는 언제쯤 꽃이 피어날까? 매일매일 출근길에 확인했더랬다.
그러기도 며칠.
어느 날 퇴근길에 만난 나뭇가지에는 하얀 꽃송이가 몽글몽글 피어있었다.
한두 송이가 먼저 피어나더니, 이내 모든 꽃들이 너도나도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 활짝 고개를 들었다.
퇴근길에 만난 봄밤
밤 기온이 오르고
달에 살이 오르니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더라
분주한 일터에서 나와
따뜻한 집으로 향하니
하얀 봄들이 마중 나왔더라
오늘도
내일도
봄이더라
어둑한 밤하늘에 핀 하얀 꽃들은 퇴근길 지친 내 맘에 작은 선물을 안겨다 준다. 하루 동안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지쳐버린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다. 이런 날은 왠지 버스를 타기에는 아까운 것 같아 집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어 본다. 집까지는 빨리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오늘은 괜히 사색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 날이다.
콧가에 은은하게 와 닿는 꽃향기를 맡으며 말이다.
봄밤은 어느 계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추위에 덜덜 떨며 얼어붙은 세상이 따뜻한 햇살에 녹아내린 후 딱딱한 나뭇가지를 뚫고 피어나는 하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여리고 어린 새싹들이 추운 시간을 견뎌낸 후 마주한 세상 빛은 얼마나 따스할까? 그렇게 꽃들은 더욱 활짝 피어나고,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낸다.
봄밤,
달빛에 비친 꽃들은 햇살과는 다른 따스함에 젖어든다.
달빛이 주는 따스함에는
낭만이 있다.
언제고 계속 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