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회

숯눈을 밟는다는 것은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숯눈을 밟는다는 것은


누구도 가지 않은 숯눈을 밟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뿌드덕 거리는 소리가 삶의 무게에 짓이겨졌던 가슴을

얼마나 알맞은 상태로 진정시켜 주는지.

발바닥에 눌리는 촉감만으로도 생을 탈없이 유지하자고

고되었던 감정을 얼마나 무디게 해체시켜 주는지.

밤을 지새우며 새하얗게 지면에 왕림한

숯눈을 밟고 싶은 마음이 성급해져서 새벽길을 나섰다.

공중을 빈틈없이 메워버릴 듯

함박눈이 여전히 지상을 향해 맹렬히 폭격 중이다.

아무도 지나간 적이 없는 골목길에 발자국을 새겨볼참이다.

일정한 보폭을 따라 멈추지 않고 이어질

생의 간격처럼 발걸음의 흔적이 남겨질 것이다.

익숙함을 이겨내고 다른 시작을 용기내야할 때

숯눈을 밟는 의식을 치르곤 했다.

그리하여 새로워질 나를 각인시켜 내고자 경건해지고 싶었다.

계속해서 내릴 눈발에 덮여 사라질 발자국이라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숯눈을 밟는 의미를 다시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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